여성 경찰과 의사 역시 성희롱ㆍ성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여성 4명 중 1명꼴로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고, 의사의 경우 3명 중 1명이 남성 의사나 환자로부터 피해를 봤다. 또 이들 대부분은 남성 중심적이거나 수직적 위계 구조 때문에 침묵을 지켰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2019년 성희롱 고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년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찰 직원은 712명으로 전체의 6.3%였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76.1%로 다수를 차지했고, 이는 전체 여성 응답자의 26.4%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해자는 상급자(70.1%)가 가장 많았으며 동급자(21.9%), 외부인(5.9%), 하급자(1.7%) 순이었다.
의료계 역시 성폭력 문화가 만연했다. 한국여자의사회가 지난해 남녀 의사 1,170명을 대상으로 벌인 '의료계 성 평등 현황 조사' 결과(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보면, 여성 의사 747명 중 264명(35.3%)이 의료기관 재직 중 성희롱ㆍ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회식 자리에서 남성 교수 옆에 앉아 술 시중을 요구받는가 하면, 업무 중에도 남성 환자로부터 성희롱이나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답변도 나왔다.
문제는 피해를 보고도 남성 중심적이고 수직적 위계 구조를 지닌 직장 문화로 인해 공론화에 나서거나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후속 조치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의 경우 성희롱을 당하고도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이 78.5%로 가장 많았고, 신고에 나선 경우는 피해자의 2.2%에 불과했다. 의사 역시 전공의법에 따라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을 처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구인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최근 5년 동안 접수된 성폭력 피해 건수는 7건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