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높이...정부 측정 인체치수 조사가 반영된 거 아시나요

입력
2020.10.06 16:57
산업부 국표원,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 실시 
40년간 국가 주도 조사사업 실시는 우리나라 유일




높이가 너무 낮은 세탁기에 몸을 굽혀 무거운 빨래를 넣으려면 허리나 무릎에 부담이 갈 수 있다. 휴대폰 사용도 마찬가지다. 제품 설계 시 인체의 엄지손가락 길이와 동작 범위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손쉽게 다루기 어렵다. 제품을 설계 할 때 인체 치수가 중요한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를 이번 달부터 내년 2월까지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정부가 의류, 가구, 가전, 전기전자기기,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 체형에 맞는 제품을 설계ㆍ생산할 수 있도록 인체 치수 측정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1979년 '제1차 국민체위조사' 사업 이후 현재까지 40여년간 총 11만7,893명을 대상으로 한국인 인체치수를 측정했다. 2003년 제5차 사업부터는 '한국인 인체치수조사(Size Korea)'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해외에서는 민간 주도로 인체치수를 조사한 사례가 있지만, 40여년간 국가 주도로 조사사업을 시행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제8차 조사사업은 성인 20~69세 남녀 총 6,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 중 20~44세의 3,200여명(남녀 각 1,600여명)을 조사하고, 이후 45~69세의 남녀 3,200여명을 조사할 예정이다. 측정 항목은 산업계 수요를 반영, 종전 332개에서 365개(직접측정항목 73개, 3차원측정항목 292개)로 확대했다. 동서울대 산학협력단과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조사 사업단을 구성했으며, 웹사이트를 통해 피측정자를 모집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3차원(3D) 인체측정 항목을 대폭 강화해 정확한 인체형상 정보를 바탕으로 측정값을 분석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3차원 인체형상 정보를 정확히 계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측정장비의 종류와 무관하게 측정된 형상 정보를 이용자들이 수치 정보로 전환하여 원하는 품목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인체치수 조사사업은 최신의 한국인 인체치수를 보급해 양질의 제품을 설계하는데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라며 "지난 40여년간 축적된 한국인 인체치수 정보가 미래 데이터기반 경제에서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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