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ㆍ대미 '친서 외교' 같은 최근 대외 이슈를 내부에 일절 알리지 않고 있다. 이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성공적인 내부 결속 행사로 만들기 위해 '잠금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사건 발생 10여일째인 5일까지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통지문을 보내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한 사실도 등장하지 않았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최근 수해 피해 현장을 방문한 내용을 다시 소개하면서 '인민을 위한 통치'라고 미화할 뿐이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전문도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공개했다.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엔 싣지 않았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교환한 친서 전문을 청와대가 공개했음에도 북한은 모른 체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앞두고 주민들의 관심사가 분산되는 걸 막기 위해 정보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며 "내부 이슈는 수해 복구, 경제 재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당 창건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수만 명의 주민을 동원하는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연설을 할 공산이 크지만,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지는 미지수다. 3중고(국제사회의 대북 제재ㆍ코로나19ㆍ수해)로 민심 이반이 워낙 커서 민심을 달래는 게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열병식 연설에서도 미국 등 국제사회를 겨냥한 핵ㆍ미사일 개발 관련 언급은 피하고 인민중심주의만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