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그린뉴딜, 해외선 기후악당... 한전, 베트남 석탄투자 확정

입력
2020.10.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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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사회에서 붕앙2 사업 투자 안건 통과
"기후위기 심화, 경제성 떨어져"... 환경단체 등 반발

한국전력(한전)이 베트남의 붕앙2 석탄발전소 투자 사업을 추진키로 최종 결정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 업계는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그린뉴딜을 내세운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해외 석탄 투자에 나선다는 점에서 국내외 환경단체의 비판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전은 5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붕앙2 사업 투자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300km 떨어진 하띤성에 1,200메가와트(MW) 용량의 발전소를 건설, 운영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2억 달러(2조6,000억원)로 한전의 지분 참여 규모는 2,200억원이다.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설계ㆍ조달ㆍ시공(EPC) 사업자로 참여하고 수출입은행 등이 대출ㆍ보증을 제공한다. 한전은 내년 중에 착공해 2025년 1월 준공을 마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외 시민환경단체는 물론 정치권 일부에서도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늦춰 기후변화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이 사업에 거세게 반대해왔다. 여당 의원들은 공공기관의 해외 석탄발전사업 참여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에서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이날 한전의 이사회 결의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그린뉴딜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스스로 어기고,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또 다시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붕앙2 사업의 경우엔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950억원의 적자 사업으로 평가받았다"며 환경 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종합평점(0.523)은 사업 결정에 신중을 요하는 회색 영역 범위(0.45~0.55)였다.

하지만 한전은 '공기업ㆍ준정부기관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에 따라 사업 타당성 기준치인 0.5를 넘겼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베트남 전력공사와 25년 장기 전력판매 계약 체결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또 환경 문제와 관련해선 한전은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초초임계압 기술로 발전소를 짓고, 자체 친환경 설비의 추가 설치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오히려 "만약 한전이 투자를 철회한다면 탄소 저감 기술이 떨어지는 중국 등이 발전소를 건설해 환경 관점에선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국익 창출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한전측 판단이다. 사업주(한전)는 물론 발전소 건설(두산중ㆍ삼성물산)과 운영(한전 및 발전사), 금융(수은) 등 사업 수행 전 과정에 한국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앞서 지난 7월 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 자바 9ㆍ10호기 화력발전소 투자 안건을 의결할 때도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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