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이냐, 벌금형이냐.'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결심 공판이 5일 예정되면서 검찰이 어떤 형벌을 재판부에 요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피고인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물리도록 돼 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사건 결심 공판을 연다. 2018년 8월 27일 1차 공판 이후 2년 37일 만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그간 두 차례 불출석했던 5ㆍ18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팀장급 조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끝으로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날 검사의 구형 및 의견 진술, 변호인 최후변론이 진행된다.
이번 사건 재판에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쓴 '전두환 회고록' 중 5ㆍ18 헬기사격 관련 표현이 허위사실인지를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한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고, '5ㆍ18 당시 단 한 발의 헬기사격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이 주장에 대해 전일빌딩 헬기 탄흔 감정서, 계엄사령부의 헬기사격지침 및 구두명령, 목격자 증언 등을 통해 탄핵했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직접 물증을 내놓아보라며 맞섰다. 특히 정 변호사는 고 조비오 신부가 목격한 날짜(1980년 5월 21일)에 헬기사격이 존재했는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5월 21일' 헬기사격은 검찰이 구성한 공소사실도 아니어서 검찰이 이를 입증할 책임도 없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 목격자들 증언과 계엄사령부 헬기사격 구두명령 등을 증거로 내세워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사건 재판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감안해서였다. 실제 이번 재판은 사인(私人) 간의 사적 영역에 대한 다툼보다는 5ㆍ18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다는 진실 규명 성격을 짙게 띠고 있다. 5ㆍ18 당시 헬기사격은 계엄군 진압작전의 야만성과 잔학성을 드러내고, 시위대를 향한 집단발포(5월 21일)가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계엄군의 주장을 뒤집는 핵심 증거인 탓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검찰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형을 구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역사 왜곡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전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한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5ㆍ18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전 전 대통령이 쓴 회고록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헬기사격과 관련한 내용은 일반인들의 견해 표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ㆍ명예훼손)로 2013년 2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례를 들어, 검찰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징역형 구형을 점치기도 한다.
이번 사건 고소인이자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의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전두환씨의 느닷없는 회고록 출판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더구나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이 3년 이상 진행되면서 동원된 수사력과 재판 인력 등을 감안하면 전씨에 대한 징역형 구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