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嫌韓)을 선동해 온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이 일본의 국가정보기관인 내각정보조사실에서 한반도를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보성향 온라인 매체인 리테라가 30일 보도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의혹과 관련한 칼럼으로 한국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리테라는 이날 산케이신문 관계자를 인용해 가토 전 지국장이 조만간 산케이를 그만 두고 내각정보조사실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산케이 관계자는 "본인(가토 전 지국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틀림없다. 전 서울 지국장이란 경력을 살려 내각정보조사실 국제부에서 한반도 담당 요직을 맡는 게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이미 회사에 퇴직신고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리테라는 이와 관련해 언론계 종사자들에게서도 '괜찮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내각정보조사실이 혐한을 선동하는 기관이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내각정보조사실은 국내외 정보를 총괄하는 총리 직속의 정보기관이다. 상당수의 요원들은 경시청에서 파견된 경찰관들이다. 일본 측 관계자는 "나이초(내각정보조사실을 이르는 말)에서 언론계 출신 일반인을 기용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서 오해를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새 정권 출범 직후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혐한을 부채질하는 인사를 한국 정보 담당자로 발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에 뜻을 같이 한 바 있다. 스가 총리와 가까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도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검찰은 2014년 가토 전 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듬해 시중의 소문을 확인 없이 쓴 허위임이 증명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아 귀국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정부의 무리한 대응이 되레 일개 혐한 인사를 일본 내 극우 및 혐한세력의 영웅으로 만들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