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주호영 도 넘었다"… 군 첩보 공개 놓고 입씨름

입력
2020.09.30 01:00
전문가 "여야 모두 정보 정쟁 과열… 안보 손실 우려"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 사건이 여야 간 군 첩보 공개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북한군의 시신 훼손 정황과 관련된 군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한 것을 놓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보 자산 공개가 도를 넘었다"며 공개 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29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몸에다 연유(연료)를 발라서 태우라'는 북한군 통신을 우리 군이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부유물만 태웠다'는 북한측의 주장과 달리 국방부가 북한이 시신을 태운 구체적인 감청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의 주장은 국방부 비공개 보고 때 나온 내용으로, 야당 내에서도 "부정확한 정보"라는 지적을 받아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주 대표가 (국방부 비공개 보고 때) 첩보자산을 통해 보고 받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 야당의 대표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취득한 첩보 중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공개하는 게 맞느냐"고 반발했다. 군이 첩보자산을 쌓는데 오랜 시행착오와 시간이 걸리는데, 해당 내용을 야당이 정쟁에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특히 윤 의원은 "집권을 해 본 사람들이 저렇게 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전 보수세력들은 국가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주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군 첩보를 과도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 경위에 대한 남북 당국간 주장에 차이가 커 진위 논란으로 번지면서, 여야가 각자 유리한 첩보를 언론에 확인해주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군이 국회에 비공개로 보고한 내용을 정치권에서 공개하지 말아야 할 내용까지 중계하고 있다"며 "군의 정보자산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건 결국 안보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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