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8일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 국방부와 북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한은 사실을 축소하면서 사과하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국방부 발표가 실체적 진실에 가깝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북측이 시신 훼손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이를 인정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주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쓰기 때문에 파급 효과를 고려해 축소 보고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 군이 실종 공무원 A씨를 피격해 살해한 뒤 시신을 불태웠다고 밝힌 반면, 북한 군은 시신은 언급하지 않은 채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이 통전문을 보내기) 전날 우리 쪽에서 24일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측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며 "김 위원장이 이에 바로 통전문을 보냈는데, 북한 입장에선 대외 이미지가 나빠져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끝나버리면 곤란하지 않을까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북측에서 전화를 주고 받은 건 다 들을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다"며 "체크한 결과 (북측 관계자들 끼리) 이상한 사람 한 명이 (북측) 해역에 들어왔는데, 처음에는 월북한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어물거리는데 (북한 군이) '이걸 어떻게 할까요'라고 보고하는 걸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극에 달했던 7월 탈북자가 월북해 해군 부대장이 크게 처벌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일선 부대장이 급하게 보고했을 것"이라며 "(보고가) 평양까지는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대응이 늦었다며 질타를 받는 데 대해선 "국방부는 첩보 하나만 갖고 (조치) 할 수 없다"며 "첩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상부에 보고하고 회의도 해야해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을 숨기려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북측에 요구한 공동조사는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부의장은 "공동조사를 하려면 현장 보존이 돼야 한다"며 "이미 시신은 불태워졌고 부유물도 타버려 흔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해군이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북한은 자기네 해역에 들어오는 걸 싫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 표명은 '북한 최고권력자가 남쪽 대통령을 상대로 보낸 첫 사과'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는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2008년 7월 12일 '박왕자 피격 사건' 때는 사건이 벌어지고 한참 뒤에 현정은 현대아산그룹 회장한테, 2002년 6월 29일 '연평해전' 때는 통일부 장관에게 통전문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정 부의장은 "김 위원장의 사과는 의미 있는 조치"라며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상당히 괜찮다'고 정리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