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또다시 흑인 남성이 경찰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의 사망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법원의 면죄부를 받아 미 전역이 동요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할 조짐이다.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등은 전날 캘리포니아주(州) 오렌지카운티 샌클레멘테에서 경찰관(deputy sheriff) 2명이 노숙인 쿠르트 라인홀드(42)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해 라인홀드가 숨졌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 소속 경찰관들은 도로 한가운데를 걷던 라인홀드를 제지하려 했고 언쟁에 이어 몸싸움으로 번졌다. 세 명이 바닥에 뒤얽힌 상황에서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이가 "그(라인홀드)가 내 총을 가졌다"고 소리쳤고, 두발의 총성이 들렸다. 경찰관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라인홀드는 결국 사망했다. 샌클레멘테에 약 한 달간 머물고 있던 라인홀드는 노숙자 보호소에 머물라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이 퍼지자 샌클레멘테에서는 24일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 가운데 최소 5명은 체포됐고, 샌클레멘테 당국은 시위 격화에 대비해 이날 밤 9시부터 야간 통금이 들어갔다. 오렌지카운티 경찰 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인홀드가 경찰의 권총집에서 권총을 거머쥐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라인홀드가 실제 권총을 손에 쥐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당 경찰들은 휴가에 들어간 상태다.
라인홀드 사망 사건은 같은 날 켄터키주 루이빌의 테일러 사망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과 맞닿아 공분을 사고 있다. 켄터키주 법원이 자택에 있던 테일러에게 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경찰관들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루이빌은 물론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도 동조 시위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