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늦어지는 '재정준칙' 공개, 왜?

입력
2020.09.25 15:15
여당 반대에 정부  묘수 찾기 `안간힘`

당초 지난달 공개하기로 했던 정부의 '재정준칙' 발표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확장재정 기조를 방해할 수 있다는 여당의 부정적 태도가 공개 시점을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재정준칙의 형식과 내용, 준칙을 지키지 못하는 `예외 사항`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재정준칙은 국가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 재정지출과 국가채무 등 각종 재정 관련 지표의 목표 수치를 정하고, 정부가 이를 지키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목표다. 가령 재정준칙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고 정하면, 정부는 이에 맞게 예산과 수입 계획을 짜야하는 것이다.

애초 재정준칙 마련 작업은 작년말부터 기재부 주도로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재정건전성 관리 목표를 세우자는데 크게 반대할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4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준칙이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정준칙 도입은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심화시킨다. 도입을 철회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집권세력의 반대에 정부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진작부터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재정준칙 도입"을 천명한 상황에서 여당이 반대한다고 이를 철회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권고' 수준의 절충안을 내놓으면, "맹탕 준칙"이라는 비난이 높아질 게 뻔하다.

정부는 늦어도 이달 안에는 재정준칙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한달 가량 발표 시점이 미뤄진 것도 "해외 사례 연구를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당의 부정적 입장을 아우르면서도 나름의 실효성을 담은 묘안을 찾느라 늦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더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연휴 직전에 열리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재정준칙을 확정해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여당이 반대하는 만큼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 실행 방안까지 담긴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재정준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상황` 등의 추가 조항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처럼 극단적 위기에서 재정준칙 때문에 재정의 역할이 제한된다면 문제"라며 "재정건전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재정이 제역할을 할 유연성을 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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