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격 사망' 47세 공무원, 21㎞ 거리 북 해안까지 어떻게 갔나

입력
2020.09.24 22:27

북측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47)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국방부와 해양경찰의 발표를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해안까지의 거리가 짧지 않을뿐더러 조류도 만만치 않아 ‘헤엄 월북’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군 당국과 해경이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배경은 4가지로 요약된다.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신발(슬리퍼)을 배 위에 나란히 벗어둔 점 △당시 조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점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사고보다는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군과 해경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해양수산서기 A씨가 자진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연평도 어민, 유족 등은 자진 월북 가능성이 낮다고 입장이다. 연평도 어민 박영록씨는 24일 "연평도 조류는 드세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혼자 힘으로 헤엄쳐 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연평도 인근 바다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수영 생각은 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최근 3년간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 13호(789톤)와 10호(499톤)를 타고 연평도 등 서해5도를 수시로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연평도 인근 바다를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A씨가 실종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해안까지 거리가 21㎞에 이르는 점도 A씨의 ‘자진 월북’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구명조끼를 착용했더라도 헤엄을 쳐서 접근하기엔 먼 거리라는 것이다. 구명 조끼는 모든 근무자들이 착용하는 장비다. 또 북한 해역에서 피살 당시 몸을 의지하던 부유물은 미리 준비한 것인지, 표류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A씨는 실종된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쯤 실종 지점에서 약 38㎞ 떨어진 북한 등산곶 해상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당시 해역 수온과 파도 등을 감안하면 월북이 터무니 없는 시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수온이 저체온증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A씨 실종 당일인 21일 오후 1시 기준, 연평도 인근 수온은 22.1도로 백령도(19.9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목욕탕 냉수 정도의 온도로, 2, 3일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조건으로 보고 있다. 또 파도도 평균파고 0.1m, 최대파고 0.3~0.5m로 바다가 잔잔한 편이었다.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상세하게 조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김영훈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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