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피격, 김정은 지시 아닐 것… 北, 무대응할 듯"

입력
2020.09.24 19:58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분석
"북한, 박왕자 사건 때도 무대응으로 일관"

북한의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진 사건은 아닐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북한은 정부의 강력 규탄에도 고(故) 박왕자 피살 사건 때처럼 '무대응'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4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북한이 이미 접경지역 접근 즉시 사살한다는 포고문을 내린 상태라 반드시 김 위원장의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은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8월 말 사회안전성에서 포고문을 발표했다"며 "포고령이 안 나왔다면 김 위원장까지 보고가 됐을 텐데, 이 경우는 일반적인 포고령이 나와 아마 일선 부대장, 지휘관한테 권한이 위임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 포고령 내린 뒤로 이례적인 사례 아냐"

이번 피격 사건은 코로나19에 대한 조치로, 이례적인 사례는 아니라는 게 조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북중 국경지역에서도 이런 사태가 나왔고, 또 실제 특수부대가 1㎞의 완충지역을 설정했다"며 "여기 들어오는 밀수업자들, 주로 북한 사람들이 넘어오다가 걸려서 사살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무대응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2008년 고(故) 박왕자 피격 사건 때도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에서 요구하는 책임자 처벌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과거 박왕자 사건 때처럼 내부규정에 의해 (피격) 한 부분이라 아마 무대응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연설 취소 어려워, 2008년 MB도 원고대로 읽어"

문재인 대통령의 UN 총회 '종전선언' 제안 논란에 대해선 "연설을 취소하거나 원고를 수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박왕자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남북관계 개선을 제안하는 국회 시정연설문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앞서 이날 오전 "연설 영상은 15일에 녹화돼 18일 UN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뒤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의 UN 연설은 23일 오전 1시 26분부터 방송됐는데, 청와대는 "그 시간 관계장관회의에서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대면 보고는 23일 오전 8시 30분에 이뤄졌다며 "이번 사건과 UN 연설은 연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조 연구위원은 "(연설 취소는) 굉장히 어렵다"며 "2008년 박씨 사건 때도 동일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이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는데, 박씨 사건이 벌어진 뒤인데도 이미 만들어진 원고이고 예정된 시간이라 (원고대로) 남북관계 개선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이명박 정부는 '이미 완성된 원고이고 배포가 된 상태라 번복하면 오히려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어 원고 그대로 읽었다'고 얘기했다"며 "이번의 경우는 더군다나 녹화된 것이라 더 바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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