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격' 공무원 형 "사살 확인한 軍, 24시간 표류 때 뭐했나"

입력
2020.09.24 18:40

북측에 의해 피격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의 유족이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한 군을 거세게 비판했다.

숨진 공무원(47)의 친형 이래진(55)씨는 24일 본보 전화 인터뷰에서 “동생이 해상에 표류한 시간이 최소 30시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24시간은 우리 해역에 있었다"며 “그동안 군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또 “군은 북한 경비정이 동생을 조준 사격한 것은 알았다고 하는데, 우리 영해에 동생이 표류할 때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군은 우리 해역에서 동생이 표류했다는 쏙 빼놓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것은 군이 자신들의 국경 감시와 방어 시스템이 모두 무너졌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에서 공무원 사망 사실을 이틀 뒤 공개한 것과 관련 이씨는 “군의 말대로라면 동생이 총에 맞아 사망할 때 나는 불과 10마일(약 16km) 떨어진 곳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우리 군이 어떻게 이런 야만적인 일을 할 수 있냐"고 말했다.

그는 또 “동생의 신분증과 공무원증은 배에 그대로 있었는데, 군은 어떻게 피격 사망자가 동생이라고 특정, 발표했는지도 의문"이라며 "동생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부유물을 잡고 있었다는 이유로 자진 월북했다고 하는 데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족사가 어떻고 빚이 있다고 하는데, 빚이 있는 사람은 다 죽고 월북을 해야 한다는 얘기냐"며 "자국 해역에 있는 국민도 지키지 못 하는 군이 자진 월북으로 덮어버리려고 하는데,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는 등 반드시 문제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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