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의 피격 사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지난 7월 탈북민이 재월북했을 때는 북한이 선제적 보도를 통해 남측에 알렸다는 점에서, 침묵의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4일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북측이 남북 간 연락채널을 통해 남측에 해당 사건의 경위를 전달해온 바는 없다. 북측은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 간 연락채널을 모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남북 간 전화 회선이 물리적으로 끊긴 것은 아니어서, 북측이 마음만 먹으면 사건 경위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북측이 먼저 통보한 내용은 없다. 북한의 대내외매체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침묵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7월 탈북민 김모(24)씨의 '헤엄 월북' 사건을 대내외 매체를 통해 먼저 알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까지 열어 사건 대응 방향을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고 있을 때라 북한군의 경계 소홀을 문책하고 남측에 책임을 돌리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 때도 북측은 사건 발생 하루 뒤에 북측 사업 담당 기구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 담화로 사건 경위에 대한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향후 A씨 사건 경위 확인과 유해 송환을 위해 북측과 접촉에 나설 전망이다. 판문점 적십자 채널이나 남북 군 통신선, 유엔사 채널 등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남북 간 연락채널 차단을 선언한 만큼 정상 가동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남북 간 연락채널이 끊겨 있어 북한과 어떻게 협의할 지 방법을 찾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1일 어업지도선(무궁화10호)을 타고 소연평도 남방 해상에서 업무 중 월북을 목적으로 해상에서 표류하다 실종됐다. 정보 당국은 A씨가 월북을 시도하다 원거리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으며, 북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시신까지 화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