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키커로 나온 포항 GK 강현무... '쟨 막아야겠다' 생각했죠"

입력
2020.09.24 06:30
울산, 승부차기 끝에 포항에 승리... FA컵 결승서 전북과 맞대결

울산현대의 '빛현우'가 위기 상황에서 빛났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이자 2020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에 나선 조현우(29)는 오랜만에 마주한 승부차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팀을 결승 진출로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조현우는 23일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FA컵 4강전 포항과의 경기에서 뛰어난 선방력을 앞세워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조현우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힘든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앞에서 열심히 뛰어줘 힘이 됐다"며 "준비를 잘 해 이길 수 있던 경기였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포항과 정규시간 동안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4-3 승리를 거둔 울산은 오는 11월 4일과 7일에 라이벌 전북현대와 FA컵 우승컵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울산은 지난 시즌 포항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다득점을 내어주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이 아픔을 되새기지 않기 위해 올 시즌 조현우를 영입해 골문을 굳건히 잠그려 했고, 조현우는 기대에 부응하듯 수려한 선방쇼를 펼치며 팀의 리그 1위 수성을 도왔다.

FA컵 결승으로 가는 관문에서 포항을 또 다시 마주한 울산은 조현우와 함께 설욕에 나섰다. 이날 조현우는 전반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자책골을 허용했지만, 김인성(31)의 동점골 이후 몰아친 포항의 공격을 수도 없이 막아냈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조현우와 포항 골키퍼 강현무(25)와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국가대표 골키퍼인 그이기에 자칫 잘못했다간 자존심을 구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현우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내가 먼저 긴장하고 부담스러워하는 티를 내면 상대 키커가 편한 마음으로 임할 것 같아 침착하게 준비하려 했다"고 당시의 마음가짐을 털어놓았다.

침착하게 나선 조현우와 달리 강현무는 수차례 포효하면서 자신감을 내뿜었다. 상대의 위협적인 슈팅을 막아내고 나선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기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단을 바라보며 펄펄 뛰는 등 조현우의 모습과는 천지차이였다. 조현우는 "(강현무가)즐기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한편으론 골키퍼는 끝까지 차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그 친구도 (오늘)굉장히 많은 걸 배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강현무는 실제 키커로도 나서 조현우와 일대일로 마주하기도 했다. 조현우는 "직접 키커로 나설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찬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쟤 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끝까지 기다리면서 막아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경기였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울산=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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