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꽁치는 다 어디로 간 걸까

입력
2020.09.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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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음식과 한식의 유사성이 꽤 높은데, 이를 테면 쌀을 먹는다는 것도 그렇다. 등 푸른 생선 좋아하는 점도 닮았다. 멸치(앤초비라고 해서 다들 아시는), 고등어, 정어리에 참치가 시장에 나오면 사족을 못 쓴다. 고기를 잡는 어장에서 판매하는 시장까지 거리가 짧아서인지 엄청나게 뛰어난 선도에 놀랐던 기억도 난다. 스파게티도 이런 생선으로 많이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 느낌과는 다르다. 고등어를 사다가 불 피워 그릴에 구워보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지중해 고등어는 배가 날씬하다. 기름이 적어서 담박하기는 해도, 지글지글 기름 뚝뚝 떨어지는 느낌은 적었던 까닭이다. 그러고 보니 꽁치는 못 보았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다른 등 푸른 생산과 달리 추운 바다를 돌아서 회유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중해에 살고 있을지는 몰라도, 흔하게 잡히는 생선이 아니었을지.

한국은 찬바람 불어야 생선이 잘 나온다. 꽁치도 그 중 하나다. 생선은 기온을 많이 타는 먹거리다. 여름엔 먹을 만한 수산물이 별로 없다. 추워져야 수산시장에도 활기가 돈다. 벌써 삼치며 꽃게, 고등어가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꽁치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좋은 꽁치를 수산시장에서 못 봤다. 내가 거래하는 중개인과 약속이 하나 있는데, “새벽에 꽁치랑 정어리가 경매에 나오면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사 주세요”다. 물론 가져다 준 적이 드물다. 물건이 없어서다. 정어리가 귀해진 건 오래 전이고, 꽁치까지 그 대열에 섰다. 한때 꽁치는 은빛 배가 눈이 부실 정도로 신선한 놈이 40마리 한 상자 5,000원, 만원 했다. 식당 직원들 반찬으로 많이도 썼다.

그때는 좋은 줄도 몰랐다. 이제는 귀물이고, 비싸다고 하여 금치다. 왜 그럴까. 사철 마트에 나오는 꽁치의 원산지를 보면 안다. 타이완산이 많다. 꽁치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인도차이나 반도 위에서 북해도 근처, 태평양 동쪽으로 이동한다고 하는데 타이완이 그 통로에 있는 자기 어장에서 잔뜩 잡아버리는 때문이다. 옛날과 달리 배가 커지고 어획기술이 좋아져서 거의 한 달씩 바다에 머물면서 첨단기계로 꽁치 이동로를 좇는 것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작은 배가 많다. 작은 배는 이점이 있다. 멀리 못 나가니 얼른 잡아서 귀항한다. 그러니 고기를 배에서 얼리지 않고 싱싱한 상태로 항구에서 팔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보던 ‘생물 꽁치’라는 건 이런 유통 경로에 있는 것들이다. 등 푸른 생선은 얼리면 맛이 많이 떨어진다. 굵은 소금 쳐서 석쇠에 얹고, 숯불에 굽는 꽁치 맛이 최고라고 하는데 얼린 것으로는 그 맛을 내기가 어렵다. 싱싱한 꽁치는 횟감으로도 쓸 수 있다. 한때 울진이나 포항에서 꽁치 회를 먹은 시절이 있었다. 꽁치 물회도 팔렸다. 얼마나 싱싱했으면 그랬을까.

원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다. 안 잡히자 대용으로 마련한 것이 우리가 아는 바로 꽁치 과메기다. 최근에는 다시 청어 과메기가 등장했다. 오리지널의 복귀다. 재미있는 건, 청어는 다시 잡히고, ‘흔해 터져서 양동이로 퍼간다’ 던 꽁치는 안 잡히니 과메기감도 줄었다. 얼떨결에 올 겨울에는 다시 청어 과메기를 먹게 될 것 같다. 고기는 돌고도는 법이지만 서민의 밥상에 제일로 만만하던 꽁치가 진객이 되었다. 우리 어린 시절, 꽁치로 기름기를 보충하던 겨울이 있었는데.



박찬일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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