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리뷰]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가성비는 나쁘지 않다

입력
2020.09.23 08:01


K팝과 K무비의 만남. 신인 보이그룹 피원하모니가 싹틔운 도전의 씨앗이 K팝 시장에 새바람을 불고 올까.

영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하 '피원에이치')은 다음 달 데뷔하는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의 신인 보이그룹 'P1Harmony'(피원하모니)의 음악적 세계관을 담은 작품이다.

K팝 그룹 최초로 세계관을 극화 한 해당 영화는 분노와 폭력을 일으키는 의문의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세상을 구하기 위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섯 소년들이 과거, 현재, 미래 세상에서 모여 희망의 별 ‘알카이드’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별의 정기를 타고난 여섯 소년 역은 피원하모니 멤버 테오 종섭 인탁 지웅 SOUL(소울) 기호가 직접 맡아 연기를 소화했다. 가요계 데뷔 전 영화를 통해 먼저 대중을 만나는 ‘역대급 프로모션’은 글로벌 팬들 뿐만 아니라 가요계 관계자들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베일을 벗은 '피원에이치'는 단순히 그룹의 세계관을 영상화하는 것을 넘어 꽤나 완성도 있는 'SF 영화'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소속사 FNC는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K팝에 관심 있는 전 세계 팬들뿐 아니라 K팝에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들도 한 편의 SF 영화로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시각적인 볼거리를 가진 작품을 만들고자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피원하모니 멤버들과 함께 영화에 출연해 극 전반을 이끈 FNC 소속 배우들의 호연은 팬덤을 넘어 '대중'을 공략하겠다는 소속사의 의도를 보여준다.

'미래' 에피소드에서 활약한 정진영과 AOA 설현을 시작으로 '과거'와 '현재' 에피소드에서 깜짝 등장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소화한 정용화 정해인 유재석 최여진 조재윤 이채윤까지 명품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은 생애 첫 연기에 도전한 피원하모니의 '2%' 아쉬운 연기력을 빈틈없이 채웠다. 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들의 지원사격은 작품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데에도 큰 힘을 보태는 요소가 됐다.

극장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제작된 SF 영화나 여타 드라마들에 비해 다소 퀄리티가 떨어지는 CG는 '옥에 티'였지만 20억 원이라는 영화의 총제작비를 감안할 때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CG가 요구되는 드라마의 경우, 회당 제작비 20억 원가량을 투자한다.) 연출을 맡은 창 감독이 집필한 각본 역시 과거, 현재, 미래와 얽힌 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스토리 라인은 기대 이상이었다.

오롯이 극장 개봉용 영화로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지점들이 있었지만, 피원하모니의 '데뷔 프로모션'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해당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99분의 러닝 타임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활동명과 얼굴을 익혔음은 물론, 이들이 음악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세계관 역시 큰 거부감 없이 관객들에게 흡수됐기 때문이다. FNC 측 역시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피원에이치'는 손익분기점 돌파보다 피원하모니의 등장을 알리는 콘텐츠로서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하며 데뷔 프로모션으로서 작품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다만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을 담았다는 영화의 특성상, 일반 관객이 얼마나 영화관을 찾을지 미지수라는 점은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OTT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티켓을 구매해 극장을 찾아야만 해당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다양한 관객의 유입을 막는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FNC는 향후 다양한 OTT 플랫폼, IPTV 서비스 등을 통해 극장판보다 짧은 분량으로 재편집된 콘텐츠를 제공하며 글로벌 관객들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정식 데뷔를 앞둔 피원하모니는 영화 후속편을 통해 활동에 따른 세계관 확장을 예고했다. 다소 애매한 영화의 결말 역시 '시리즈 화'를 위한 설정이라는 설명이다. 과연 이들이 장황하게 포문을 연 세계관을 어떤 방식, 어떤 콘텐츠로 전개해 나갈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세계관'을 소재로 K팝과 영화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 피원하모니의 행보는 분명 가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뷔 전부터 쏟아진 대중과 업계의 관심, 이들의 도전이 갖는 의미, 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각인시킨 세계관 등 이번 영화를 통해 이들이 거둔 성과는 꽤나 유의미하다. 이것만으로도 ‘피원에이치’는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한편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다음 달 8일 롯데시네마를 통해 단독 개봉한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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