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0%나 급증했던 자살 사망자 숫자가 지난해에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었다. 정부의 갖은 '자살 예방' 안간힘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 자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알츠하이머병과 폐렴에 의한 사망 빈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자는 1만3,799명으로 2018년 대비 129명(0.9%)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를 의미하는 '자살률' 역시 0.2명(0.9%) 증가한 26.9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자살 사망자가 9.5%나 폭증하고도 되돌림 없이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숫자는 2014년(1만3,836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4.6명으로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리투아니아(22.2명)와의 격차는 2.4명으로 재작년(0.3명)보다 크게 확대됐다. 한국의 OECD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4.7명에서 0.1명 떨어진 반면, 리투아니아는 24.4명에서 22.2명으로 2.2명이나 떨어진 영향이다.
자살은 지난해 전체 사망원인 중 5위다. 특히 젊은층에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10~30대에서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는데, 20대는 전체 사망의 절반 이상(51.0%)이 자살에 의한 것이었다. 40, 50대에서도 각각 21.7%, 10.4%를 차지해 암에 이은 사망원인 2위였다. 성별로는 남자가 9,730명으로 여자보다 2배 이상 많았으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여자에서 더 컸다.
2018년 자살 통계 발표 당시 보건복지부는 자살률 급증 이유 중 하나로 '모방효과'를 꼽았다. 지난해에도 연예인 자살사건이 있었던 10월 이후 증가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계속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증가폭이 작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는 29만5,110명으로 전년 대비 3,710명(1.2%) 감소했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조사망률 역시 7.6명(1.3%) 줄어든 574.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 및 사망률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통계청은 "2018년 사망자가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암(10만명당 158.2명)이었다. 1983년 통계 작성 이후 37년째 부동의 1위다. 심장질환(60.4명)과 폐렴(45.1명), 뇌혈관질환(42.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사망률 증가폭이 가장 컸던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었다. 사망률 13.1명으로 1년 사이 9.5%나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사망원인 3위인) 폐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