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노출된 독감 백신…'무료접종 중단'에 부모들 발 동동

입력
2020.09.22 09:11
냉장 운반돼야 하는 백신 일부 상온 노출
이미 접종 맞힌 부모들도 걱정
백신 다량 폐기 시 공급 우려
정부 오전 10시 향후 대책 발표


22일부터 예정됐던 18세 미만 어린이와 임신부에 대한 인플루엔자(백신) 무료 접종 일정이 전날 밤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백신 접종 대상 자녀를 둔 가정 등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을 열고 예방접종이 중단된 배경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백신 접종 전날 밤 전격 "중단" 발표... 폐기 물량 규모가 관건

질병관리청은 18세 미만 어린이 등에 대한 인플루엔자 무료접종 하루 전인 21일 오후 11시쯤 “백신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발견된 백신은 13∼18세 접종 물량이다. 독감 백신은 냉장 상태에서 운반돼야 하지만 일부 업체가 이송 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청은 이 업체의 백신 공급을 즉시 중단했고, 문제가 발견된 백신이 실제 품질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검사를 의뢰했다. 식약처가 제품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해당 백신은 각 의료기관에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백신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백신이 전량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필요 물량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백신 효과는 접종 2주 뒤부터 나타나고,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11월까지는 접종을 마쳐야 하는 상황.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는 2018년에는 11월 16일, 작년에는 11월 15일 발령됐다. 접종 일정 지연은 폐기되는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독감ㆍ코로나19 동시 유행에 미리 준비했는데... 부모들 발 동동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수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정부도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올해 독감 예방접종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12세 이하 어린이뿐 아니라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13~18세 청소년까지 무료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올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는 1,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7%에 달한다.

보건당국의 갑작스러운 예방접종 중단에 자녀들에게 독감 백신을 맞히려던 부모들도 혼란에 빠졌다. 맞벌이를 하는 A(39)씨는 22일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6세, 3세인 자녀들을 소아과에 데려가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할 예정이었다. 지난주 다른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에 방문했다가 의사가 “다음주에 꼭 다시 와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하라”고 안내한데다, 코로나19 유행 와중에 독감에 걸리기라도 할까 걱정돼 최대한 빨리 예방 접종을 시킬 생각이었다. A씨는 “맞벌이라 아이들이 매일 어린이집 긴급돌봄을 이용한다”며 “단체생활을 하고 있어 독감같은 감염병에 더 민감한데, 갑자기 중단된데다 언제 맞힐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너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에도 불안을 호소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어제 6개월 아기 독감 예방 접종을 맞히고 왔는데 너무 불안하다” “지난주에 아기 1차 독감 주사 맞혔는데 너무 찝찝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질병청은 이번달 8일부터 시작된 2회 접종 어린이들에게 공급된 백신은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현재까지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이상반응이 신고 된 사례는 없으나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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