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너무 강해서 걱정? 위안화 '급가속', 한국 경제엔 '양날의 칼'

입력
2020.09.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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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수개월 전 "7위안이 뚫렸다"며 이른바 '포치(破七)' 공포를 자아냈던 중국 위안화 가치가 최근 달러당 6.7위안대까지 뚝 떨어지며 1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충격을 선제적으로 벗어나는 듯하자, 여전한 미중 갈등 우려 속에서도 미국 달러화 약세를 틈타 글로벌 자금이 중국 시장에 다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절상속도 못지 않게 현재의 방향성이 유지될 지에도 불확실성이 높아 위안화와의 환율 연관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달러당 6.5위안 갈 수도"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인민은행이 고시한 중국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6.7591위안으로 지난해 5월 이후 16개월만에 가장 낮았다(위안화 가치 절상).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5월 달러당 7위안을 넘어 치솟던 위안화 환율은 최근 8주 연속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8주 연속 하락은 2018년 2월 이후 약 2년 7개월만이다.


최근 위안화 강세는 기본적으로 달러화 약세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많은 달러화가 풀린데다, 경기 회복 기대감을 타고 금융시장에서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덜 찾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경제 여건이 다른 국가보다 낫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영국 경제분석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이 세계적인 교역 침체를 마스크와 코로나19 관련 제품 수출로 일부 방어하고 있으며, 원자재 등 수입 가격이 더 하락해 결과적으로 순수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낙관이 반영되면서 국제 투자금도 위안화 표시 자산을 선호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증시는 한국ㆍ대만ㆍ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신흥국 시장 가운데서도 특히 강세다. 중국 인민은행의 중립적 통화정책으로 중국 국채도 대규모 경제권 가운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채가 됐다. 이를 노린 투자수요 때문에 위안화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셈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더 오를(환율 하락)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은 위안화 환율 전망을 2020년 말 달러당 6.65위안, 2021년 말 6.5위안까지 하향 조정했다. 국제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향후 6개월 안에 달러당 6.5위안까지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봤다.

"금융시장엔 호재, 수출엔 악재 가능성"

하지만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이 대체로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점은 부담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2월 1단계 합의 이후 무역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대신,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을 공격하면서 '기술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분쟁이 길어지면 중국의 새 성장전략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

위안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 양 방향의 영향을 미친다. 위안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원화 가치는 최근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160.3원까지 하락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원화 강세는 해외 투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위안화 강세로 아시아를 향하는 글로벌 투자금이 한국 증시에도 자연히 흘러들 수 있다.

산업 면에서 중국 경제 회복세는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반대로 원화 가치 상승은 우리 수출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수출물가는 0.2% 하락했는데,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환율 하락 여파로 상대적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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