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에는 전국 주요 하천의 홍수량(홍수기에 증가한 하천의 유량)이 현재보다 최대 5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렇게 되면 현재 강수량을 기초로 100년에 한 번 범람하도록 설계된 댐과 하천 제방이 4년이 채 안 되는 빈도로 범람할 수 있어, 국내 치수대책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20일 진행 중인 '기후변화 대응 홍수대책' 수립의 일환으로 장래 강수ㆍ홍수량 전망을 발표했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는 시나리오(RCP 8.5)를 적용해 도출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해가 거듭될수록 강수량이 대폭 늘어났다. 21세기 초반(2011~2040년)ㆍ중반(2041~2070년)ㆍ후반(2071~2100년)반에 각각 3.7%, 9.2%, 17.7% 강수량이 증가하고, 21세기 후반 특정연도 강수량은 41.3%까지 급증하기도 한다. 월별로는 9월 강수량의 증가 폭이 24.3%로 가장 클 것로 예상됐다.
30년 뒤인 2050년의 경우 예측 홍수량이 현재 대비 11.8% 늘어난다. 유역별 편차가 큰데, 한강 유역은 홍수량이 오히려 조금 감소(-9.5%)하는 반면 전남 담양군에서 시작돼 서해로 흐르는 영산강 일대의 홍수량은 현재보다 50%나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금강(20.7%) △낙동강 (27%) △섬진강(29.6%)도 홍수량이 대폭 늘어난다.
이에 따라 댐과 하천 제방이 빈번하게 범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금 댐과 제방은 100년 빈도로 설계됐는데 강수ㆍ홍수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부 지점은 치수 안전도가 3.7년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년에 한 번 범람하도록 설계돼 있는 제방이 미래에는 4년에 한 번 범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게 환경부, 기상청의 평가다. 올해 장마 기간(6월 24일~8월 16일) 전국 강수량은 840㎜로 예년(492㎜)에 비해 약 1.7배 많은 비가 쏟아졌다. 특히 섬진강 유역 강수량은 1,069㎜로 평년과 비교했을 때 2배(192%)에 달했고, 이는 이 일대 유역에 내린 역대 가장 많은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이번 장마 기간 최대 누적 강수량을 기록한 곳은 강원 인제군 향로봉 지점으로 연 강수량(1,300㎜)의 1.7배에 달하는 2,164㎜의 비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내렸다. 2위는 고성(미시령) 1,936㎜, 3위는 구례(남강댐) 1,851㎜였다. 특히 남원과 광주 지점 강수량은 24시간 기준 364㎜, 462㎜로 과거 최대치를 각각 54%, 22% 초과, 확률적으로 500년 빈도를 상회하는 강수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재현 환경부 홍수대책기획단장은 "홍수량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댐과 하천, 도심하수도 등 홍수방어체계 전반을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홍수예보체계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