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김광현(32)은 20일(한국시간) 피츠버그와 원정 경기에 평소와 다른 모자를 쓰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착용한 모자는 타자가 친 타구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특수 제작 모자로, 안쪽에 충격 흡수 패드가 장착됐다.
낯선 모자를 쓴 이유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 5일 신장 경색 진단을 받은 김광현은 혈액 희석제를 복용 중인 상태라 자상이나 타박상이 생기면 위험할 수 있다. 이에 의료진은 김광현에게 몸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권유했다. 머리 보호를 위한 특수 모자는 지난 5월 17일 한화전에서 강습 타구에 머리를 맞았던 롯데 투수 이승헌도 이날 부산 NC전에 착용하고 선발 등판했다.
평소보다 한 치수 큰 모자를 쓰고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이날 5.1이닝 동안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인 103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솔로 홈런 2개 포함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부진했다.
한 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시즌 평균자책점은 0.63에서 1.59로 크게 올랐다. 김광현은 0-3으로 뒤진 6회말 1사 후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시즌 첫 패 위기에 몰렸지만 팀이 5-4 역전승을 거두며 패전을 면했다. 성적은 그대로 2승 무패 1세이브다.
김광현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일반 모자보다 딱딱한 게 들어 있어 불편했다”며 “또 투구 폼이 거친 편이라 모자가 많이 흔들리는데, 보호 장비 때문에 큰 모자를 써 흔들리는 느낌이 더 컸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의사가 보호 장비를 쓰라고 했기 때문에 불편해도 앞으로 계속 보호 모자를 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투구에 대해선 “100개에서 110개 미만 정도로 늘 던져 무리가 되는 건 없다”며 “4일 휴식이 주어지기 때문에 잘 관리해서 다음 등판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