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로 자리한 친환경 바람과 함께 환경비용도 이젠 전기요금에서 완전하게 분리해 별도 부과해야 된다는 '환경비용 부과제' 도입이 무르익고 있다. 이미 환경비용까지 포함된 상태로 부과되는 현행 전기요금제 하에선 소비자들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영국과 독일, 일본 등에선 이미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부과하고 있다. 환경비용은 전력을 친환경에너지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비다.
16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에너지 국민인식조사에서 에너지 수립 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에너지 자립’(29.6%), ‘안전’(27.9%), ‘환경’(26.8%), ‘산업경쟁력’(8.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미래 전력산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친환경과 안전성 확보로 나타난 것”이라며 “한전도 이런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려고 노력하면서 환경비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비용에는 △신재생 의무이행(RPS) 비용 △탄소배출권(ETS) 비용 △미세먼지 감축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RPS는 발전업체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것을 지원하는 비용, ETS는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을 상쇄하기 위해 배출권을 구입하는 비용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환경비용은 지난해 2조8,000억원을 기록, 지난 2015년(1조원)에 비해 4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때문에 기본 요금과 전력량 요금만 있던 기존 전기요금에 환경비용 항목을 별도로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매년 증가하는 환경비용을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명확히 인식할 때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증가하는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동의 등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열대성 우기 같았던 이번 여름 장마는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며 “전기요금에 환경비용 항목을 별도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엔 전기요금에서 환경비용을 분리, 부과하는 제도가 이미 정착됐다. 독일은 지난 2000년 제정한 재생에너지법(EEG)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 판매사업자는 신재생 전력 구입을 위한 추가 비용을 전기요금의 ‘재생에너지부담금’이란 별도 항목으로 소비자들에 청구하고 있다.
덴마크에선 지난 1993년 제3차 에너지계획을 통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 판매사업자들이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의 판매비용을 일정 기준 이상 보전해주기로 했고, 이에 따른 부담금을 별도 항목으로 구분해 소비자들에게 부과하고 있다. 일본 또한 지난 2012년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전력 판매사업자들에게 지출한 비용을 ‘재생에너지발전촉진부과금’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전액 회수하고 있다.
환경비용 책정 방식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방안으로는 크게 △별도 요금항 자동조정 방식 △별도 요금항 활용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별도 요금항 자동조정방식은 환경비용을 사전에 확정된 산정식에 대입해 별도의 요금심사 없이 요금 조정을 하는 방안이고, 별도 요금항 활용방식은 요금 조정을 일반 요금의 조정절차인 요금심사에 따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환경비용이 포함된 총괄원가를 바탕으로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데 환경비용만 별도로 책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환경비용 책정방식에 대해선 아직 한전에서 정해진 게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