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력과 신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점착제가 개발돼 TV나 휴대폰 등 디스플레이 소자에서 각 부품을 고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돌돌 말아서 휴대했다 펼쳐보는 TV 개발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UNIST(총장 이용훈)는 에너지화학공학과 이동욱 교수팀과 전기전자공학과 김학선 교수 연구팀이 ‘고무줄처럼’ 즉각적으로 형태 회복이 가능한 아크릴계 감압성(Pressure Sensitive) 점착제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감압성 점착제는 ‘포스트 잇’이나 ‘스카치 테이프’처럼 살짝 눌러주는 힘만으로도 접착력을 갖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소재의 우수한 접착력(박리강도)은 유지하면서도 신축성(즉각적 형태 회복 능력)을 강화했다.
점착제는 양면테이프처럼 소자내부 구성품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휴대폰이나 TV같은 디스플레이 소자는 유리창, 금속전극, 발광물질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샌드위치 구조인데, 점착제를 이용해 이 구성품 사이를 고정한다. 웨어러블기기나 휴대가 편한 대형 화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움직임이나 변형에 강한 점착제 개발 요구가 높다.
김학선 교수는 "화면은 크게 보면서도 갖고 다닐 때는 작게 만들고 싶은 것이 소비자들의 욕구"이라며 "결국 화면을 접거나 말거나 구기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 변형을 견뎌낼 수 있는 점착제 개발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점착제는 표면에서 잘 벗겨지지 않으면서도(박리강도) 우수한 신축성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점착체의 박리강도와 신축성은 반비례하지만, 연구팀은 ‘사전 변형’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사전변형은 점착체에 미리 변형을 가하는 방법이다. 박리 강도 실험 결과 시중의 스카치테이프보다 65% 높은 박리 강도를 보였다. 또 원래 길이의 25%를 늘렸을 때 즉각적으로 변형이 회복되는 신축성도 보였다.
연구팀은 개발된 점착제의 디스플레이 소자 호환성도 점검했다. 소자 내부에는 금속 전극이 들어가기 때문에 점착제가 금속을 부식시키면 안 된다. 전극 소재인 ITO에 개발한 점착제를 부착시켜 4주간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 시켰을 때 기판이 부식되는 현상(표면 저항 증가)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 투명성도 갖춰 발광물질에서 나오는 빛을 그대로 전달 할 수 있다.
본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이주학 에너지화학공학과 석사는 “이번 연구는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 및 새로운 감압성 점착제 개발 및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이라고 기대했다.
이동욱 교수는 “ ‘사전변형 전략’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고 접착력을 추가로 보완하면 디스플레이 소자에 사용 가능한 점착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주학 에너지 에너지화학공학과 석사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로 전기차 초급속 충전 시스템과 에너지저장시스템 시장에 진출한 스탠다드에너지㈜에 재직 중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8월 27일자 온라인판에 공개됐으며 출판을 앞두고 있다. 연구수행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연구재단(NRF)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