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제안한 '기본대출' 비판한 송영길 "도덕적 해이 초래"

입력
2020.09.14 15:41
이 지사가 제안한 기본대출권 "현실적이지 않다"
"기존 서민금융 시스템 붕괴할 텐데 대안 있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본대출권'을 제안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지사께서 최고금리 10% 제한에 이어 기본대출권을 제안하셨다"며 "기본대출권 같이 국가가 이자를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지사는 모든 시민들이 1~2% 정도의 낮은 이자로 일정 금액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국가가 채무 이행 보증을 서도록 한 장기저리대출보장제도인 '기본대출권' 도입을 주장했다.

송 의원은 "서민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 한다"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이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지사께서 말씀하신 기본대출권은 '고신용자든 저신용자든 누구나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라며 "리스크를 정부가 책임지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 의원은 "기본대출권은 (이 지사가 주장한) 최고금리 10% 제한과 맥을 같이하는 주장이다"라며 "이 정책이 동기와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말씀 드린 바 있다"고 했다. 서민을 돕는다는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서민의 돈줄을 막아버리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기본대출권 또한 마찬가지"라며 "금융권에서도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지사의 주장은 이 위험을 국가가 떠안고 부실이 나면 국가가 보상해주자는 것이고, 금융기관의 현 시스템은 신용등급 등을 통해 이자의 차이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라며 "이 지사의 제안대로라면, 금융기관은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를 구분하고 대출받는 사람들의 신용등급을 따져 이자율을 다르게 책정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했다.

송 의원은 또 "이 지사의 제안대로라면 대부업을 포함한 제2금융권의 전면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텐데 이는 기존 서민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이어 "서민들이 비싼 이자를 내지 않더라도 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지사의 기본 취지는 동감하지만 그 방법은 현실적이고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5% 신용리스크 정부가 담보해주자"


앞서 이 지사는 12일 자신의 SNS에 이어 14일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모든 시민들이 1∼2% 정도의 낮은 이자로 일정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본대출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지금 24% 이자를 쓰는 사람들이 200만명, 평균 800만원 정도를 빌려쓰고 있다"며 "이 중에서 못 갚는 사람의 비율이 5% 미만으로 100명 중에 5명 정도인데 이 사람들이 가지는 신용 리스크를 정부가 일정 정도 담보를 해주자(는 것)"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저리 대출을 받은 뒤 상환을 미루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보통의 국민이 '이자 싸구나, 마구 빌려다가 써버려야지' 이러겠느냐"며 "(대출을) 못 갚으면 신용 불량자가 되고 월급이 압류 당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떼먹는 것"이라고 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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