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 175명의 재산이 후보 등록 당시보다 총 1,700억원, 1인당 10억원이 증가했다는 시민단체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4일 서울 종로구 동고동 경실련 강당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국회 신규등록 의원 175명의 당선 전후 전체 재산 및 부동산 재산을 비교한 결과, 당선 후 이들의 신고 재산은 평균 10억원, 부동산 재산은 평균 9,000만원 늘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후보였던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내용(지난해 12월 31일 기준)과 당선 이후 국회사무처에 신고한 재산(올해 5월 30일 기준)을 비교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부동산은 보유 기준으로 임차권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후보 당시 의원들의 전체 재산 평균은 18억1,000만원, 부동산은 12억4,000만원이었으나, 5개월 뒤 국회에 신고한 재산은 평균 28억1,000만원, 부동산은 13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후보 때와 비교해 차액이 가장 많이 발생한 의원은 국민의힘 전봉민(866억원)ㆍ한무경(288억원), 더불어민주당 이상직(172억원) 의원이었다. 3명의 재산 증가액만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상위 3명을 제외하고도 재산 증가액이 10억원 이상 늘어난 의원은 국민의힘 이주환ㆍ백종헌,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등 12명에 이르렀다. 비상장주식 및 부동산의 가치 변동, 부동산 신규 등록 등이 재산 증가의 원인이었다.
부동산 재산만 1억원 이상 증가한 의원도 60명이나 됐다. 의원들이 신고한 부동산재산 건수도 후보 때보다 당선 후 전체 178건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지역구) 의원은 실거래한 서초구 아파트 잔금납부로 17억7,000만원이 증가했으며,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토지와 자녀 주택 등 8건의 부동산이 신규 추가돼 16억원의 재산이 늘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등록 때 5,000만원으로 신고했던 본인 소유의 경기 화성시 토지를 당선 후 '실거래가 정정' 명목으로 4억7,000만원에 다시 신고했다. '재산신고 누락' 의혹에 휩싸인 김홍걸 의원의 경우, 총 4채의 부동산 재산이 총 76억4,000만원에서 81억6,000만원으로 5억2,000만원 늘었다. 이 중 최근 차남 증여로 논란이 된 개포동 아파트는 후보 당시보다 오히려 4억9,000만원(17억2,000만원→12억3,000만원)이 줄었다.
당선 이후 재산이 오히려 감소한 경우도 있었는데, 후보 때 공개했던 부모 재산 고지를 당선 후 거부하거나 신고가액을 실거래가에서 공시지가로 바꾼 경우가 많았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에 휩싸였던 윤미향 의원은 부모 재산 고지를 거부해 재산이 1억5,000만원 감소했다. 조명희, 김민석 의원 등 8명은 후보 때는 부동산을 실거래가로 신고했다가 당선 후 공시지가로 정정했다.
경실련은 불과 5개월 만에 의원들의 재산이 가액이나 건수에서 큰 변동이 있었다며, 국민들이 투표에서 부정확한 재산 정보로 후보를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공직 후보자 당시 등록한 재산신고 내용보다 증가한 의원들에 대해선 해명을 요청할 것"이라며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지 못하거나 해명이 미심쩍고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면 검찰에 직접 고발해 앞으로 유권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조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허위 재산 신고로 이들이 처벌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선거가 치러진 4월부터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아 검찰 수사 후 기소까지 이뤄지기엔 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거짓 신고를 해도 선관위와 국회가 재산 내역을 검증하지 않는다"며 "한달 후면 공소시효도 만료돼 처벌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