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1차 선거 투표 종료 시점(16일)을 하루 앞둔 15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WTO 사무총장 선거의 열쇠를 쥔 미국에 확실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4일 산업부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15~18일 미국 워싱턴D.C에 머물며 통상부처인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만나 WTO 사무총장 선출에 필요한 표심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WTO 사무총장 선출 투표에서 각국 통상장관의 역할이 가장 크다”며 “유 본부장이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직접 만나 지지 여부에 대한 담판을 지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유 본부장은 지난 1~11일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파리에서도 WTO 회원국 대사 및 통상장관들에게 지원 요청을 벌였다. 유 본부장은 당시 유럽연합(EU)에서 무역장관에 해당하는 통상담당 집행위원 필 호건을 만나 지지를 요청하려 했으나, 호건 집행위원이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불발로 끝났다. 호건 집행위원은 그간 자가격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침을 어겼다는 비난에 시달려 왔다.
유 본부장은 지난달 24일에는 일본에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일 간 수출입 분쟁으로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선출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일본한테까지 유 본부장이 지지를 요청한 건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한 통상 전문가는 “주요국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유 본부장이 그만큼 필사적이라는 의미”라며 “중국이 자신을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 같으니 일본한테서라도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이 WTO 사무총장을 꿰찰 경우 WTO 내에서 자신들의 입지 축소를 우려하는 건 물론, 지난 3월 열린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의 대리로 나온 싱가포르와 중국이 맞붙었을 때 한국이 싱가포르를 지지한 것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유럽연합(EU)이 지난 11일 WTO 사무총장 1차 지명자로 유 본부장을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유 본부장이 1차 선거는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선거는 다득표 순으로 총 후보 8명 중 5명을 통과시키는데, 회원국(164개국) 중 가장 많은 표를 가진 EU(27개국)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다만 EU는 1차 지명자로 유 본부장 외에 케냐와 이집트,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WTO 사무총장 선거는 모두 여성후보인 케냐, 나이지리아, 한국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 본부장이 2차 선거부터는 주요국 지지 확보를 위한 선거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