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모두가 훔치고 싶어하는 돼지저금통"에 비유하면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는 뜻을 수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저서 ‘격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게리 콘 당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과 회의하던 중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외국산 철강ㆍ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력히 주장했다. 참모들이 반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온 세계가 우리에게서 이득을 취한다"며 "이제는 바꿀 때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정말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대뜸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모두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인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 3만명 병력을 유지하는 비용을 낸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어 "우리(미국)는 모두가 훔치고 싶어 하는 돼지저금통"이라며 욕설까지 내뱉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방한했을 때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주둔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부담한다는 점을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한 정황도 책에 담겼다. 브룩스 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헬기를 타고 오산기지에서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하며 "한국이 이 기지(험프리스)를 건설하는 데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썼다. 기지 건설비의 92%"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왜 한국이 비용을 전부 내지 않았느냐"는 반문 뿐이었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험프리스에서 서울로 이동하던 중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이 보이자 "저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브룩스 사령관은 "삼성"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바"라면서 "저 높은 고층 건물과 고속도로, 지하철을 봐라. 한국은 부국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위해 비용을 낸다. 그들(한국)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주한미군 유지를 내심 원하는 것 같다는 게 미국 정부의 해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미국 측과 회담과 서신에서 단 한 번도 한국에 주둔하는 3만명의 미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드워드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주둔을 원하는 것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