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위의 스가, 내년 도쿄올림픽 열 수 있을까

입력
2020.09.16 12:00
24면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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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은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던져진 질문이다. 올림픽 개최가 1년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개최마저 불안하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재유행과 기대에 못미치는 백신 개발 일정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존 코츠 부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내년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감염병을 이겨낸 대회가 될 것”이라며 개최를 확신했지만 이틀 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모든 관계자가 안전한 환경 속에 있다는 전제에서만 개최한다는 원칙을 계속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취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낳았다. 일본은 연일 개최를 강조하고 있지만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거나 획기적인 대응법이 등장하지 않는 한 물음표는 계속 남을 것이다. 이는 이번 도쿄올림픽만의 문제가 아닐 것임에 우리는 더욱 고민에 빠진다.


코로나19로 꼬여버린 도쿄올림픽

2013년 9월 도쿄는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다. 터키 이스탄불, 스페인 마드리드를 제치고 삼수 후의 성공이었다. 일본은 하계올림픽을 같은 도시에서 두 번 개최하는 국가이자, 동계올림픽을 포함해 총 4번의 올림픽을 치르는 국가로 기록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인한 선수 안전 문제가 대두되긴 했지만 일본의 올림픽 준비는 비교적 큰 충격 없이 진행되는 듯 보였다. 올림픽을 반년 앞둔 올 1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본은 시종일관 자신들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과 조직위원회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의 신종 인플루엔자, 2016 리우 하계올림픽 때의 지카 바이러스 경험을 들며 바이러스쯤은 개최에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감염자의 하선을 불허한 일본정부의 대응은 비판 대상이었지만, 일본은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바이러스에 굴복하기를 거부했다. 3월 2일 조직위원회는 ‘계획대로 진행’을 발표한다. IOC도 올림픽 취소나 연기가 없음을 확인시켜준다. 그런데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다. 23일 캐나다, 호주, 영국은 올림픽을 연기하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같은 날 아베 총리는 연기 요청을 수용했고 24일 IOC와 조직위는 올림픽 1년 연기에 합의한다. 이로써 2020 하계올림픽은 개최 취소가 아니라 연기되는 첫 올림픽으로 기록된다.

올림픽 연기로 등장한 딜레마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됐지만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된다. 내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자니 강행에 대한 비판과 코로나19로 인한 흥행이 여전히 걱정이고, 재연기나 취소는 불가능한 상태로 빠진다. 일본의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우선 첫 번째 딜레마는 경제적 손실이다. 지난 5월 바흐 위원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내년에 올림픽이 못 열리게 된다면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는 또 다시 추가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 운영 등과 관련한 인건비, 시설 유지관리비, 입장권 환불, 선수촌 입주 연기비 등 손해가 상당하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연기에 따른 피해금액을 약 3조엔(약33조6,000억원)에서 7조엔까지 예측했다. IOC가 8,000억엔 정도를 부담한다고 했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고 두 번째 연기는 더 큰 손실을 야기할 것이다. 이미 연기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생긴 터라 더 이상의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는 올림픽 참가 선수와 팀 선발에 관련한 일정상의 문제다. 올림픽이 유일한 세계대회도 아니며 종목마다 대회 일정이 존재하기에, 올림픽의 연기는 감염병 사태와 더불어 거의 모든 국제경기 일정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니 재조정이나 취소는 혼란을 유발하는 것 외에도 신뢰의 문제와 결부된다.

셋째로 정치 상황이다. 이번 올림픽이 아베 정권을 비롯한 자민당 정권의 정치적 야망과 노림수라는 것은 부정되지 않는다. 특히 아베 정권 시절 관방장관을 맡아, 그의 정치적 유산을 고스란히 넘겨받는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로서도 올림픽의 성패는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평가될 것이기에 부담은 여전하다.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것은 코로나19 상황이다. 위 세 가지가 상대적으로 조절 가능한 인간 사회의 문제라면, 그래서 극복 가능한 대상이라면, 그리고 지금까지 올림픽 역사에 항상 동반되어 온 문제였다면, 현재의 코로나19는 인간의 통제력에서 벗어나 있다. 상황 예측이 어려운 상태에서 내년 여름을 결정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일본에게 올림픽이라는 현실과 환상

일본은 왜 올림픽을 여기까지 끌고 왔을까. 집착과도 같은 일본의 올림픽에 대한 태도는 길고 깊은 그들의 올림픽 역사로부터 시작한다.

IOC 위원에 처음 선정된 일본인은 일본체육협회 초대회장인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郎) 다. 그는 1909년 IOC 위원 역사에서 64번째로 선정된다. 일본은 1933년부터 1939년까지 6명의 IOC 위원을 추가 배출한다. 위세는 아시아에서 독보적이었다. 중국과 한국은 비교 대상이 아예 아니었다.

일본 도쿄는 194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한다. 일본은 1923년 간토 대지진으로부터의 복구와 치유를 중요한 모토로 내세웠고 바깥으로는 다시 일어서는 일본을 구상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1940년, 1944년 두 번의 올림픽은 열리지 못했고 일본은 전쟁국가로 출전마저 금지 당했다.

그럼에도 도쿄는 다시 1964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다. 아시아 처음이었다. 이때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아베 총리의 외조부다. 유치하고도 치르지 못한 1940년 올림픽, 전쟁으로부터의 복구와 일본인 자존심 재건이 올림픽 유치의 중요한 이유였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유치 신청은 아베나 스가 총리에게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이었다. 오랜 경제침체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의 재건에 올림픽 만한 이슈가 없었다. 그들은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피해로부터의 '재건'과 재난을 이겨낸 일본의 '부흥'을 유치 모토로 삼는다. 일본에게 올림픽은 재건과 부흥의 상징이었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필요할 때 붙잡았던 환상과 실제였다.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될 수 있을까

내년 올림픽 개최 여부는 IOC와 일본의 서로 다른 명분과 관점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될 것이다.

IOC는 외부적으로 국제사회 공헌과 기여의 명분을 갖는다. 이 명분이라면 개최도, 연기도, 취소도 모두 가능하다. 특히 선수 우선과 선수 안전은 IOC 최상의 가치이다. IOC는 내부적으로 2020 도쿄 이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례가 선례로 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개최국과 유치도시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지만 이는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다만 IOC가 전면에 나서서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본은 내년에 개최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들에게 올림픽은 단순 개최 이상이다. 고난과 어려움을 내부적으로 극복하고 외부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인정받는 발판이다. 일본은 모든 선수단의 2주 격리조치를 취하면서까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최대한의 준비를 해 놓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동시에 일본은 외부의 시선에 촉각을 세울 것이다. 아베 총리의 연기 결정은 바이러스가 아니고 여러, 특히 유럽 국가들의 불참 결정에 굴복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다. 모든 결정은 결국 인류의 안전과 안녕으로 귀결될 것임이 확실하다. 이는 IOC나 일본의 입장과 무관할 것이며, 인류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이끌어진다. 일본은 코로나19가 어떠한 형태로든 잠잠해 지기만을 바랄뿐이겠지만 결국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면 일본은 자신들의 결정을 충분히 외부 여건에 의존할 것이 분명하다.

이대택 국민대 체육학부 교수·서울시 체육회 부회장

연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운동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포츠 정책 및 올림픽 전문가로 스포츠문화연구소장과 미국 올림픽트레이닝센터 연구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비만 히스테릭’ ‘영양시대의 종말’ 등 5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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