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엔 △코로나19에 전성기를 맞이한 배달앱 △일명 ‘김영란법’ 완화로 수혜가 점쳐진 유통업계 △미국내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킨 삼성전자가 상한가에 올랐다. 반면 ▽자살까지 불러낸 디지털교도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초토화된 자영업 ▽대형 인수합병(M&A) 등을 비롯해 잇따른 난기류에 직면한 항공업계가 하한가로 남았다.
●코로나19에 날개 단 배달앱
자그마치 1조2,050억원이다. 지난 한달 동안 국내 주요 배달앱(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에서 결제된 금액이다. 역대 최대치다. 이것도 1,2위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앱들만 따져 본 규모다. 전체 음식 배달앱 시장으로 확대하면 결제 규모는 더 불어난다. 1인당 씀씀이도 외식 못지 않다. 8월 평균 결제횟수는 3.3회에, 1회 주문시 2만2,780원씩 지출했다. 한 달이면 7만5,000원 이상 썼다는 얘기다. 앱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에서 집계한 통계치다.
배달앱에 날개를 달아준 건 코로나19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쓰였던 돈이 배달앱으로 쏠렸다. 식사는 해야겠고 외출은 꺼려지니, 소비자들은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배달앱을 누른 셈이다. 이 와중에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은 가뜩이나 뜨거운 배달앱 인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밤 9시 이후 음식점 매장 취식이 아예 금지됐고 카페에선 온종일 포장(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보니, 배달앱 이용은 수직 상승세다. 충원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배달원(라이더)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주는 배달앱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김영란법’ 완화에 반색한 유통업계
간만에 들려온 희소식이다. 일시적이지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이번 추석엔 완화시키겠다는 조치 덕분이다. 국민권익위는 추석 기간 농축수산물 선물 한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였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한 조치다. 고객 발길이 뚝 끊긴 마트나 백화점 등을 포함한 유통업계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조치다.
선물 가액의 한시 상향 조치를 유통 업계에선 그 동안 발목이 잡혔던 고가 선물세트를 많이 팔 수 있는 기회로 읽는다. 대목인 추석에 고가 상품을 팔 길리 열리자, 실적 방어 마지노선이란 얘기까지 돌면서 물량 확대도 일사천리다. 대형마트에선 전체 추석용 선물세트 중 10만~20만원대 상품 비중을 최대 30%대로 늘리는 추세다. 이는 2016년 9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최근까지 고가 선물세트 비중이 10%대에 머물렀던 상황에 비춰보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20만원 초과 상품이 다수인 백화점은 바뀐 기준에 턱걸이로 가격을 설정하기도 한다. 22만원짜리 프리미엄 세트에 할인을 적용해 19만8,000원에 파는 식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란 메시지도 보내는 상황이어서, 유통업계에선 추석 선물세트가 가져올 성적표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美 버라이즌서 8조 ‘빅딜’ 가져온 삼성전자
모처럼 전해진 낭보에, 의미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과 체결한 8조원 규모의 5세대(5G) 통신장비 공급 계약 체결 소식이다. 우선, 8조원 규모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통신장비 공급 계약 사상 최고 기록이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시장의 1위 사업자(버라이즌 가입자 1억8,300만명)와 파트너십을 갖고 5G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1999년 스프린트에 2G 장비를 수출하면서 처음 미국 통신장비 시장에 진입한 삼성전자가 21년만에 일궈낸 결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부터 강조한 ‘기술 초격차’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세계 통신장비 업계 1위로 ‘터줏대감’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주춤하는 사이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부분도 가산점이다. 이번 계약 체결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은 덤이다.
무형의 부가가치는 보너스다. 당장, 세계 최대 통신사업자의 인정이란 든든한 ‘보증서’가 생긴 만큼, 삼성전자 5G 네트워크 장비는 향후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추가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혜는 내수시장에도 떨어질 조짐이다. 코로나19로 생긴 수출 공백을 메우는 한편 중소 협력사들의 매출 확대와 고용 창출도 점쳐진다.
●자살까지 불러낸 디지털 교도소
변명의 기회나, 재심을 부탁할 시간도 없었다. 그 사이 ‘수감’됐던 한 청년이 억울함을 주장하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성범죄자나 강력범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목적으로 설립된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얘기다.
디지털 교도소는 올해 7월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에 대해 한국 법원이 미국 송환을 거부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당시 디지털 교도소는 손씨의 얼굴과 나이, 출신 학교 등의 개인정보를 ‘박제’ 수준으로 공개했다. 명분은 ‘사법기관의 관대한 처벌’이다. 충분한 처벌을 받지 못한 이들의 신상정보를 30년간 공개,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자는 의도에서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해 6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100여 건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사법 절차를 무시하고 운영진의 임의 판단에 의해 일반인의 개인정보를 무단 공개하면서 불거진 부작용이다. 이들이 공개한 ‘범죄자’ 중에선 동명이인 등 무고한 시민들도 포함됐다. 최근 사망한 대학생 A씨도 신상공개 이후 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뒷북 대응’에 분주하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8일 국회에 출석해 디지털 교도소 관련 질문에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인력이 부족해 (사이트에 대한) 빠른 처리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 이후 한동안 접속이 불가능했던 디지털 교도소는 11일 ‘2대 운영자’의 등장을 알리면서 활동 재개를 암시했다.
●폐업 또 폐업…초토화된 자영업
말 그대로 초토화된 상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영세한 자영업계는 사실상 전쟁터나 다름 없는 게 현장 분위기다. 번화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일 찾아간 서울 서대문구 이대역 인근 상가에선 드문 인적으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감지됐다. 평소 많은 유동인구 탓에 비싼 임대료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노른자로 알려진 빌딩내 1층 상가 가운데 줄폐업에 들어간 매장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이대 앞 건물 1층 상가들이 줄지어 비워져 있는 건 처음 본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몫 좋은 곳의 자영업자도 코로나19에 숨통이 끊어지고 있단 얘기다. 이대 앞에서 식당을 하는 한 가게 주인은 “이곳 상권에는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오는 손님들도 많다”며 “이곳에서 망해나가는 게 이 정도면 다른 지역에선 곡소리가 난다는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계가 사라지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숨을 쉴 힘도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지난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개 주요 골목상권 업종을 대표하는 협회(조합)를 대상으로 ‘2020년 상반기 경영실적 및 하반기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주요 골목상권 업종들의 하반기 순익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일 때 전년동기대비 42% 줄어들고 3단계 시에는 52.6%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속된 난기류에 추락하는 항공업계
날개 없는 추락의 연속이다. 굵직한 M&A는 잇따라 무산되고 코로나19 재확산은 주요 수입원인 여객 수송도 사실상 차단시켰다. 국내 항공업계의 현주소다. 구조조정과 대량실업 사태는 피해갈 수 없는 항로로 보인다.
제주항공과의 M&A 무산으로 파산 위기에 내몰린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정리해고 대상인 605명에게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했다. 내용증명 등기는 8일부터 발송됐고, 정리해고 시점은 내달 14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직원은 현재 보유 중인 항공기 6대를 운항하는데 필요한 420여명까지 줄었다.
또 다른 ‘빅딜’로 주목됐던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M&A는 300일 넘게 돌고 돌아서 원점으로 회항했다. 10개월간 끌어온 양사의 M&A는 11일 정부에서 아시아나항공에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결정과 함께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로써 지난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한 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갔다. 기안기금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에 사용될 전망이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291.01%에 자본잠식률은 49.8%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계열사 분리 매각 등이 과제로 주어졌다.
한국일보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