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의 비극' 빚독촉 시달리다 동생 살해한 50대, 항소심서 감형

입력
2020.09.11 13:04
1심 징역 15년서 항소심 9년으로


'로또 1등' 당첨된 뒤 자산을 탕진하고 빚독촉에 시달리다 남동생을 무참히 살해한 50대가 항소심서 감형됐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는 1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께 전북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던 동생(50)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돼 12억3,000만원을 받은 A씨는 남동생들에게 1억5,000만원씩 나눠주고, 여동생과 작은아버지 등 가족에게도 수천만원씩 건넸다. 자신은 전북 정읍에서 정육식당을 열었다.

이후 로또 1등 당첨 소식을 들은 친구 등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이 왔고 이에 응하던 A씨의 잔금은 금세 사라졌다. 원금과 이자를 내겠다고 돈을 빌려간 지인들과의 연락도 끊겼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동생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자신의 식당 영업도 잘 안돼 금융기관에 대출 이자조차 제때 갚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대출 상환이 자꾸 늦어지면서 금융기관의 독촉이 이어졌고 형제 간 다툼은 잦아졌다. 급기야 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격분한 A씨는 만취한 상태로 정읍에서 전주까지 차를 몰고가 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술에 취한 채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이고 가족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며 피고인도 범행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보여 형량을 다시 정했다"고 양형 감경 사유를 밝했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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