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연이어 검사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방역지침을 변경하고 있다. 지난달 말 무증상 밀접 접촉자를 검사 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해외 입국객 발열검사 등 특별입국절차도 없애기로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의적인 코로나19 위험성 축소 논란과 맞물리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CDC가 오는 14일(현지시간)부터 중국ㆍ유럽ㆍ브라질 등 고위험 지역발(發) 모든 항공편에 시행하던 입국자 대상 코로나19 검역 강화 조치를 중단한다고 미 언론들이 10일 일제히 전했다. 이들 항공편은 더 이상 15개 지정 공항으로 들어오지 않아도 되고 발열검사도 사라진다. CDC는 "무증상 감염자가 너무 많아 발열검사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침 변경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입국자 교육이나 전산으로 접촉 정보를 요청하는 등 자발적인 조치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방역 수준을 낮추는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시점상으로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15일 발간될 신간 '격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커지는 때다.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침착해야 하고 공황 상태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녹음파일도 함께 공개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코로나19 확산 상황 축소 움직임도 여전하다. 무리하게 학생들의 등교를 강행한 플로리다주(州)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인 론 드산티스 주지사가 사생활 침해 우려를 내세워 일부 지역에 학교 관련 감염 사례 비공개를 명령해 논란이 크다. 학교 관계자들은 "상황을 실제보다 나아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책략"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20만명에 육박한 상태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ㆍ워싱턴대 연구진은 미국의 첫 코로나19 발생이 보고(1월 21일)된 것보다 훨씬 앞섰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UCLA병원 외래환자 정보 950만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기침 환자가 이전 5년 평균보다 50% 넘게 증가했다"며 "의료계 인지나 검진 여력이 갖춰지기 전에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퍼졌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