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의 재발견 재미에 푹 빠졌다. 정리 전문 컨설턴트에게 상담을 받고 있는 최씨는 "주로 '걸어 놓지 않는 옷은 활용할 수 없다' '옷 소재마다 다른 옷걸이를 사용하라' 등의 조언을 실천하고 있는데 그 동안 있는지도 몰랐던 옷이나 책들을 찾아내 필요 없는 걸 발견하고 정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부른 '집콕 시대' 사람들이 정리에 빠졌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구 등 인테리어 상품 판매가 늘고 있는 가운데, 거창한 인테리어 변화뿐 아니라 집을 소소하게 정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개인 공간을 말끔하게 바꾸려는 '셀프 정리족'이 늘면서 불필요한 개인 물품을 다른 개인에게 파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도 호황기를 맞았다.
11일 네이버에서 특정 키워드 조회 빈도수를 분석하는 네이버트렌드에 따르면 1월부터 서서히 '정리' 키워드 검색 빈도가 증가하더니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빨라진 8월에는 '청소' 검색 빈도수를 크게 앞질렀다. 네이버트렌드는 조회기간 내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뒀을 때 상대적 지표를 표시하는데, 8월 정리 키워드가 100을 기록했고 청소는 81에 머물렀다. 청소가 75, 정리가 63이었던 1월 지표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정리 욕구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판매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롯데온에서 3~7월 실내생활과 관련된 리빙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80.3% 급증했는데, 이중 수납ㆍ정리 상품 매출 신장률이 60%를 기록했다. 7월 26일~8월 25일 G마켓에선 욕실 수납장(31%), 접시정리대(64%), 컵걸이(124%) 등 화장실, 주방 곳곳에 쓰는 정리 물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옥션에선 주방 정리용품 판매 신장률이 705%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서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머무는 공간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리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방송가에서 전문가가 의뢰자 집을 정리해 주는 예능 '신박한 정리' 등 이른바 '집방' 인기가 높아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우기연습' '정리스타그램'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활발하게 공유되는 움직임도 정리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중고거래 업계에서는 중고거래 앱 급성장 요인 중 하나로 정리 후 발견한 쓰지 않는 물건을 처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상을 꼽는다. 현재 중고거래 앱은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당근마켓의 경우 지난해 7월 300만명에 머물던 이용자 수가 9월 들어 1,000만명을 돌파했다. 번개장터 1분기 거래액은 3,69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3% 증가했으며, 최근 하루 평균 3만3,000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필요하지 않은 걸 덜어내는 일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의류를 비롯해 디지털기기, 취미용품, 도서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물품이 거래되고 있다"며 "앱 기반 거래 과정이 편리하기 때문에 무작정 버리기 보다는 새로운 주인을 찾고 용돈도 버는 데 의미를 두는 게 최근 정리 열풍의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