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에 승선하라"...한중일 ‘삼국지’ 각축전 치열

입력
2020.09.11 04:30
15면
글로벌 LNG 선박 수주에서 한국이 80% 차지 
중국, LNG 선박 건조가 국가 안보와 연결돼 
일본, 중국과의 기업 합작으로 활로 모색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을 잡기 위한 한ㆍ중ㆍ일 3국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최근 들어 글로벌 에너지체계가 친환경으로 재편되면서 향후 선박 수주 시장에서의 무게 중심도 기존 석탄이나 석유에서 LNG로 빠르게 이동할 조짐이다.

일단 글로벌 LNG 선박 수주 실적 측면에선 기술력에서 앞선 국내 조선사들이 주도권을 쥔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우군으로 둔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출구전략 찾기에 나선 일본의 추격 또한 안심할 순 없는 형국이다.

글로벌 LNG 선박 시장에서 국내 조선3사 ‘독주’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LNG 선박 수주 시장은 한ㆍ중ㆍ일 3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LNG 선박 수주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총 13곳으로, 이중 실적을 내는 건 우리나라 3개사(대우조선해양ㆍ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과 중국 1개사(후동중화조선), 일본 4개사(미쓰비시중공업ㆍ가와사키중공업ㆍ재팬마린유나이티드ㆍ이마바리조선) 등 총 8개 기업뿐이다. 이중 국내 조선사들의 성적표는 월등하다.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LNG 운반선 연간 발주량 기준 지난 2018년 총 72척 중 66척(91.7%)을, 2019년 총 60척 가운데 48척(80%)을 모두 국내 조선사들이 가져왔다. 올해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된 카타르 LNG 운반선 수주에서도 국내 조선3사가 23조6,000억원(100여척)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반면, 중국은 3조5,000억원(16척)에 그쳤고 일본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국내 조선3사의 경쟁력은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연료탱크(화물창) 설계, 연료공급시스템 등에서 나온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LNG 운반선에서 선체와 LNG 연료탱크를 독립적으로 설계, LNG 보관의 안정성을 높이는 ‘모스(MOSS)’ 타입이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후 선체와 연료탱크를 일체화, 적재 용량을 모스 타입에 비해 40%까지 증가시키는 ‘멤브레인(Membrane)’ 타입이 대세로 자리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멤브레인 설계로만 건조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스 설계 기술을 확보했던 현대중공업조차 빠르게 멤브레인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일본은 모스 타입을 고집하면서 지난 2015년 이후 LNG 수주 실적이 급락했다.

LNG 연료 추진선의 핵심기술인 연료공급시스템에서도 현대중공업(HI-Gas), 대우조선해양(HiVar), 삼성중공업(FuGas) 등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자체 개발한 독자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8년 4월 싱가포르 EPS사로부터 총 6척의 LNG 연료 추진선을 수주, 최근 세계 최초로 시운전에 성공했다. 반면 중국은 현대중공업보다 7개월이나 앞선 지난 2017년 9월 프랑스 CMA CGM한테서 LNG 연료 추진선을 수주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인도 납기일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중국은 LNG 선박 건조를 수주하기에는 여전히 기술력이 부족하다”며 “하지만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라는 중국의 구매력을 활용해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견제 위해 힘 합치는 중ㆍ일

중국과 일본도 분주하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LNG 선박 건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LNG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60%를 넘어 외국 선주나 조선사가 정치ㆍ경제적 목적으로 수송을 중단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걸 우려한다”며 “중국은 정부 주도 하에 대형 조선사 인수합병과 투자규모 확대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조선사인 후동중화조선은 지난 2015년 1월 중국 최초로 자체 설계한 LNG 운반선을 수출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노르웨이 선박분류협회인 DNV GL과 세계 최대 규모인 27만㎥급 LNG 운반선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27만㎥급 LNG 운반선은 470만 가구가 한달 동안 사용 가능한 양인 1억5,500만㎥ 규모의 LNG를 1회 운항으로 옮기는 게 가능하다.

일본은 중국 조선사들과의 합작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저렴한 생산비용을 결합하는 게 목적이다. 지난해 8월에는 일본 미쓰이E&S조선과 중국 조선사인 양쯔강조선이 합작, 중국 내 설립한 조선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양측은 총 3억달러를 투자해 2022년에는 중국 및 동남아로 운송할 중형 LNG 운반선 건조를, 2026년 전까지는 18만㎥급 대형 LNG 운반선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도 중국 원양해운그룹과 중국 내 합작조선소를 설립, 운영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이 신규 LNG 선박 수주 물량을 중국 내 합작조선소로 몰아주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해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타도를 목적으로 한 양국의 움직임은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