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불신임 상주시의회, 파행운영 불가피

입력
2020.09.09 15:31
불신임 전 의장, 9일 무효소송 제기
상주시민들 "의원끼리 감투싸움 창피"

지난달 25일부터 개점 휴업에 들어간 경북 상주시의회가 지난 8일 정재현 의장을 불신임하고 안창수 의원을 새 의장으로 뽑았지만 당분간 정상운영은 어려울 전망이다. 전 의장이 불신임 결의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한 데다 서로 지지의원들끼리 감정의 골이 깊은 탓이다. "시의원들이 뽑아준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감투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비난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불명예 퇴진하게 된 정 전 의장은 9일 대구지방법원에 상주시의회를 상대로 의장 불신임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또 안창수 신임 의장 선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새 의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전 의장 체제로 복귀하게 된다.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또 바뀔 수도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됐다.

게다가 정 전 의장 측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고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주시의회는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장기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곧 있을 내년 예산안 심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산적한 현안이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안창수 새 의장은 “참담하다”며 화합을 강조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가 한마디로 의원들의 감투싸움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일 회의를 방청한 한 주민은 “문제가 있다면 의장 선거 후 바로 불신임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두 달이나 지나 자신들이 뽑은 의장을 바꾼다는 것은 한 자리 기대했는데 차지하지 못하니 의장을 불신임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다른 주민은 “충절의 고장 상주가 어떻게 이렇게 오염될 수 있나"며 "시의원들은 창피한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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