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군과 중국군이 히말라야 국경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접경 지역에서 갈등 수위를 높여 온 양국이 총기를 동원한 충돌을 빚은 것은 45년 만에 처음이다.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양측의 묵시적 관행을 깬 것으로,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양국 당국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양국 국경 인근에서 총격이 벌어졌다.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인도군이 불법으로 실질통제선(LAC)을 넘어 중국 장병들에 경고 사격을 한 데 대해 중국군이 대응 사격을 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PLA) 서부전구 장수이리(張水利)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인도군은 중국ㆍ인도 국경 서쪽 구간에서 LAC를 넘어 라다크 지역 판공호수 남쪽 선파오산으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군은 협상을 시도하던 중국 국경방위대 순찰대원을 향해 경고 사격을 가했다"며 "이 심각한 군사적 도발이자 비열한 행위에 중국 국경방위대는 사태 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인도군도 성명을 내고 중국군이 먼저 인도 진지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양쪽 주장은 다르지만, 전날 오후 국경에서 총기가 사용된 정황만은 확실한 셈이다.
중국과 인도의 이번 총격전은 지난 4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가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중국과 인도의 국방장관이 만난 지 불과 수일 만에 발생했다. 앞서 중국군과 인도군은 지난 6월 라다크 갈완계곡에서 격렬한 난투극을 펼쳐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후 긴장 완화를 위해 국경 수비부대 지휘관급 협의를 연달아 열고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 대화로 해결하기로 합의했지만 일촉즉발의 전운이 가시지 않은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접경 지역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것은 1975년 이후 처음이다. 1975년에는 인도군 4명이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 중국군의 매복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양국은 1962년에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여전히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3,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의 국경으로 삼고 있다. 이후 우발적인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6년과 2005년 합의를 통해 국경지대 최전방 2㎞ 이내 주둔군이 총기와 폭발물을 소지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