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상 유급휴가, '친가'는 이틀 '외가'는 0일...인권위 "차별"

입력
2020.09.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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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주고 친조부모 사망 때와 달리 외조부모 장례에는 유급 경조사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공단과 B운수주식회사 등에 가족수당, 유급휴가 관련 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A공단 직원인 한 진정인은 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지급하는 사측 규정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해당 진정인은 부모와 주민등록 상 동일 세대를 구성하며 실질적으로 부양해오다가, 얼마 전 부모 고향인 한 지역의 공설묘지 안장 자격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세대분리를 했다. 이에 A공단은 '직계 존속과 분리 세대인 경우 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준다'는 내규를 들어 세대분리 후 진정인에게 지급됐던 가족수당을 환수조치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운수사 직원인 또 다른 진정인은 친조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청원유급휴가 2일을 부여하면서 외조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전혀 부여하지 않는 사측의 규정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두 회사의 규정을 2005년 폐지된 호주제와 남성 중심 문화의 잔재로 볼 수 있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출생순서와 성별에 따라 가족수당 지급을 달리하는 것은 남성인 장남을 부양 의무자로 보는 호주제도의 잔재"라며 "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부계 혈통의 남성 중심의 장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념에 근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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