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성 국시원장 “2가지 충족되면 기회 줄 수 있다”

입력
2020.09.08 11:50
① 의대생 응시 의사 ②복지부 재시험 허용
“물에 빠졌으니 사다리 달라식 요구 수용 어려워“
"국민 피해 크지 않을 듯… 시험 늦어지면 의대생 손해”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원장이 “먼저 의대생들이 응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보건복지부가 재시험을 허용하는 2가지가 충족돼야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전날 인터뷰에서도 “시험을 보겠다고 하면 혹시 복지부에 건의할 수 있는데, 응시거부자들을 상대로 추가시험이나 재시험을 거론할 수 없다”며 일방적 구제는 어렵다고 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에는 응시대상 3,172명(의대 본과 4년생) 중 14%(446명)만 응시했다.

이 원장은 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제 대상이 구제 받을 의사가 있어야 도울 수 있다”며 “구제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고 다시 말했다. 기회를 주더라도 구제방식 결정이 정부와 국시원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의대생들이) 국시원이 마련하는 대안에 무조건 따를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며 “우물에 빠졌으니 사다리 내려줄 거냐 말 거냐(는 식으로 요구하는) 문제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2가지 전제가 충족돼 국시원이 한 걸음 더 양보해 재시험을 실시한다 해도 시간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실기시험에 필요한 표준화 환자(환자의 고통을 표준화된 형태로 연기하는 사람)의 계약기간이 기존 시험일정에 맞춰 있는 데다 다른 직종 국시 일정에 피해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다른 직종 시험이 줄줄이 예정돼있어 (의사 국시 재시험 일정을 짜려면) 11월말까지 다 끝내야 한다”며 “실기시험은 하루에 108명씩 밖에 못 보는데 (3,000여명의 응시 인원을) 과연 어떻게 욱여 넣을 건지, 표준화 환자의 계약 연기가 가능한지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의대생들의 복귀가 늦어질수록 조율이 어렵다는 얘기다.

여러 국가시험 응시자 중 의대생들에게만 재차 기회를 주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의사 국시는 다른 직종과 똑같이 취급한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다른 직종에서도 국시 자체에 대한 불만이나 협회와의 갈등이 나타나면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며 “국시 연기는 다른 직종 시험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로 인한 국민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원장은 “한 해에 배출되는 인턴과 공중보건의가 줄어들지만, 이듬해에 시험 응시자가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에 당장 국민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는 적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시험을 안 본 개인이 손해”라고 말했다. 통상 졸업하는 해의 합격률이 가장 높다는 점도 부연했다. 이 원장은 “의대 과정은 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공부가 많고 시험에도 그런 취지가 반영돼있다”며 “의대를 졸업할 때 치르는 시험 합격률이 좋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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