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1위 통신사 버라이즌에 5G 장비 공급…8조원 규모

입력
2020.09.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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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수출
글로벌 화웨이 보이콧으로 반사이익 얻을 듯

삼성전자가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에 8조원 규모의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번 계약은 세계 통신 장비 업계 1위 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제 속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뚝심경영에서 빚어진 결과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5년간 5G 장비 및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공시했다. 계약 규모만 66억4,000만달러(약 7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통신 장비 산업 사상 최대 규모다. 버라이즌은 그동안 4G 네트워크를 노키아와 에릭슨 장비로 운영해왔는데 5G에선 삼성전자를 신규 사업자로 추가했다. 지난 6월 기준, 버라이즌의 가입자는 1억8,300만명으로 현지 통신업계 1위다.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가 이뤄지는 미국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통신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 진출 20여년만에 핵심 통신장비 공급자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미국내 5G 시장이 최근 대중화로 진입했다는 부분도 삼성전자에겐 고무적이다. 하반기 애플 야심작인 '아이폰12'가 처음으로 5G 모델로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미국 정부 또한 신규 5G 주파수 대역에 대한 경매를 진행하면서 현지 이통사는 하반기 5G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4대 통신사 중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과 2018~2019년 5G 장비 계약을 체결한 만큼 향후 신규 주파수 대역에서도 대형 계약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신사들의 5G 투자는 6기가헤르츠(㎓) 이하 주파수를 확보하는 4분기부터 본격화돼 내년부터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25년 북미의 5G 투자 규모는 3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장비 분야에선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중국 화웨이의 입지 축소 또한 삼성전자에겐 긍정적이다. 이미 캐나다의 이통사 텔러스는 기존 화웨이 장비를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장비로 교체했다. 영국은 2021년부터 화웨이 장비 신규 구매를 금지했고, 2027년까지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역시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와 ZTE를 배제키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성과 이면엔 이 부회장의 역할도 컸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5G는 이 부회장이 2018년부터 삼성의 '미래성장사업' 중 하나로 점찍고 꾸준하게 육성해 온 분야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이번 계약을 앞두고 베스트베리 CEO와 수 차례 화상 통화로 직접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수주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생긴 수출 공백을 메우며, 많은 중소 협력사들의 매출 확대와 고용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며 "5G 장비는 국내 부품 비중이 40~60% 수준에 달할 정도로 국산화 비중이 높아, 국내 중소기업들의 매출 확대와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올 1분기 5G 통신장비시장 점유율에선 화웨이가 35.7%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에릭슨(24.6%), 노키아(15.8%), 삼성전자(13.2%) 등의 순이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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