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처 남긴 의사 파업, 의료개혁 계기 삼아야

입력
2020.09.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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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집단휴진을 종료하기로 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합의에 반발했던 전공의들이 6일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지금의 단체행동은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며 집단휴진 종료를 공식화했다. 정확한 복귀시점은 7일 오후 전체 전공의가 참여하는 온라인 간담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2주 간 진행된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전공의에 크게 의존하는 대형 병원의 잇따른 수술 연기와 외래진료 축소 등으로 이어져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의료대란으로 번지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지만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의료계의 집단행동과 정부의 미숙한 대처가 남긴 상처는 결코 적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협의 없이 정책을 발표해 혼란을 초래했고, 또 의사들의 반발에 밀려 이를 백지화함으로써 정책 추진의 신뢰도에 금이 갔다. 의료계는 비록 실리를 챙기긴 했지만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 국민 건강을 담보로 집단행동을 강행해 ‘직역이기주의’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사태로 공공의료 체계에 대한 정부의 취약한 투자, 지역 간 의료격차, 진료과별 의료인 수급 불균형 등 수십년간 누적돼온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많은 국민들이 이해하게 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 안정화 이후’로 명문화한 협의 시작 시기를 비롯해 공공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 건정심 구조 개선,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의정이 논의하기로 한 항목 하나하나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타협과 양보가 필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논의에서 배제된 건강보험가입자들 역시 중요한 이해당사자로 이들의 목소리 역시 의료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 집단휴진 사태를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의료시스템 개선 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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