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대화 본격 시작되지만... "의사들 파업은 계속"

입력
2020.09.03 19:30
1면
의사단체들 만장일치로 합의안 도출
3일부터 국회, 정부와 대화 돌입
합의안에 집단행동 내용 없어 계속 휴진


의료계가 정부ㆍ여당과 대화하기 위한 ‘단일 합의안’을 도출했다.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들이 지난달 21일 파업에 돌입한 지 14일만이다. 그러나 당장 전공의들이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것은 아니여서 환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3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열린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 단일안을 도출했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며 "이른 시일 내 요구안을 가지고 정부 및 국회와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범투위는 개원의 중심의 의협,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전공의ㆍ전임의ㆍ의대생으로 구성) 등이 참여한 단체로, 정부ㆍ여당과의 협상을 위한 의료계의 단일 창구다. 범투위 협상팀은 이날 저녁 완성된 단일 합의안을 국회 및 정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료계와 정부의 공식대화가 시작돼도 당장 의사들이 업무에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 단체행동 중단은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김 대변인은 “(이날 의결한 것은)의료계가 정부ㆍ여당과 대화하기 위한 합의안”이라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집단휴진은 변함이 없다.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공의들이 14일째 진행 중인 집단휴진은 물론 7일 예정된 의협의 무기한 집단 휴진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협상 경과에 따라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빠른 시일 내에 중단할 여지도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협상안을 토대로 3일 또는 4일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가 전권을 위임 받았기 때문에 협상에 합의하면 파업 종결을 선언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히 전공의들이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는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젊은의사 비대위는 3일 새벽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비대위는 필수 인력 투입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함께 장기화된 단체행동에 대처하기 위해 필수 인력 재조정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날까지 병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명 발생해 의료 공백이 심해지자 이 병원 내과 전공의 10명이 이날 필수 의료 분야에 자발적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복귀한 전공의들은 확진자가 발생한 병동에서 하루 3~4명씩 교대 근무를 하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준 전국 수련병원 200곳 중 152곳 소속 전공의 휴진율은 85.4%, 전임의(펠로) 휴진율은 29.7%로 집계됐다.

남보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