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해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어렵고 생소한 법률 용어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형성적 행정처분’이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지난 7월 커다란 논란을 야기했던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 사태 때에도 등장했던 용어이기 때문이다.
형성적 행정처분은 ‘대상자에게 특정한 권리 등 법률상 힘을 형성ㆍ발생ㆍ변경시키는 행정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처분 그 자체로 새로운 법적 효과를 야기한다는 의미다. 수사지휘권 파동이 마무리될 무렵,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대변인을 통해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과 동시에 법적 효과가 생기는 만큼, 윤 총장의 수용 여부는 법률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뜻을 에둘러 표했던 것이다.
전교조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다수의견)의 의미도 거꾸로 풀어서 생각하면 된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법외노조 기준에 해당한다 해도, 실제로 이를 통보하는 ‘처분’이 있기 전까지는 법외노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수의견은 “(적법한) 노조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설립 신고’를 해야 노조가 되는 것처럼, 법외노조라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려면 마찬가지의 ‘통보’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외노조 통보를 형성적 처분으로 해석했기에, 그 근거가 됐던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법률의 구체적ㆍ명시적 위임 없이 헌법상 가치(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고 본 것이다.
반대 의견을 낸 이기택ㆍ이동원 대법관의 해석은 다르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별도 통보가 없어도 법외노조가 되는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그 연장선상에서 두 대법관은 법외노조 통보를 ‘법률에 근거한 집행명령’으로 봤다. 형성적 처분이 아니라, ‘법으로 발생한 효과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알려주는 행위’에 가깝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