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없을 바에는 차라리 2주간 문 닫는 게 더 낫죠.”
서울 시내 중심가인 중구 무교동에서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3일 “가게 문을 여는 만큼 손해를 보는데 이럴 거면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문을 닫는 게 더 낫다”며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주장했다. 올해 초 9명이던 직원을 3명으로 줄였지만 그마저도 손님이 없어 한 명을 더 줄일 예정이다. 월세가 1,000만원인 음식점의 매출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가 내려진 이번주부터는 하루 20만원을 겨우 채우는 수준이다.
음식점 영업시간제한 등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이후,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3단계 격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 규모에 따라 음식점 등에 영업제한 조치가 내려진다. 그럼에도 음식점 점주들은 인건비ㆍ임대료 등 가게 유지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차라리 영업을 안 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3단계 격상’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월세 등 임대료다. 한국일보가 최근 홍대 등 10여곳의 음식점을 취재한 결과, 점주들은 임대료 부담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았다. 홍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웬만큼 장사가 되는 곳은 20~30평 기준 최소 월세가 500만~700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30평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정부 차원에서 영업제한 조치가 내려져야 우리가 임대인한테 월세를 깎아 달라고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며 “지금은 괜히 문만 열어서 손해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3단계 격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개별 임대료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어 임차인들은 개별 임대인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24시간 운영되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사람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며 “대출 받은 돈으로 그나마 월급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은평구에서 개점한 점주 남모씨도 “배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퇴근한 남편이 직접 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배달 음식 경쟁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고, 수수료 인상 등으로 배달 인건비 부담도 덩달아 가중되고 있다.
애매한 영업금지제한 기준도 3단계 격상 요구를 자극했다. 특히 정부가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매장 내 영업을 제한하고 개인형 사업장은 제한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는 “개인도 규모가 큰 곳은 매출이 엄청나다” “프랜차이즈도 직원 없이 혼자 일한다”는 게시글들이 올라와 프랜차이즈ㆍ개인형 점주들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