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테니스 1위 노바크 조코비치(33ㆍ세르비아)가 통산 18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라이벌 라파엘 나달(34ㆍ스페인ㆍ1위), 로저 페더러(39ㆍ스위스ㆍ4위)가 없는 절호의 기회를 마주한 조코비치는 몸 상태를 100% 수준까지 회복해내지 못한 상태에서도 1시간 58분 만에 승부를 결정지으며 저력을 뽐냈다.
조코비치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남자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한참 낮은 세계 109위 다미르 주머(28ㆍ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3-0(6-1 6-4 6-1) 완승을 거뒀다. 올해 27전 27승으로 '무패행진'을 내달리고 있는 조코비치는 3일 치러지는 대회 2회전에서 44위 카일 애드먼드(25ㆍ영국)와 맞대결을 펼친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던 조코비치는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의 유력한 우승자로 꼽힌다. 그와 함께 우승을 다투던 톱3 나달과 페더러가 각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무릎 부상으로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주 US오픈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인 웨스턴 서던 오픈에서 우승컵을 안아 들며 US오픈 전망을 밝혔다. 2018년 이후 2년 만에 US오픈에서 우승한다면, 그는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통산 18번째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우승에 대한 기대와 달리 조코비치의 몸상태는 말이 아녔다. 지난 대회에서 목 통증과 복통 등으로 경기 중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기도 한 그는 결승전 이후 이틀 밖에 쉬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섰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이날 조코비치를 상대한 주머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희망적인 건, 조코비치가 100%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완벽한 플레이로 승리, 올해 이어지고 있는 전승행진을 내달렸다. 이날 1세트를 손쉽게 따낸 조코비치는 2세트에서 브레이크를 따낸 직후 내어주면서 상대와 접전을 펼쳤지만, 게임포인트 4-4 상황에서 브레이크에 성공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주머는 3세트에서 곧장 무너졌고, 조코비치는 연달아 4점을 따내 무려 1시간 58분 만에 1회전 승부를 마쳤다. 경기 후 ATP는 "조코비치를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지난주 준결승ㆍ결승전을 치른 후 48시간밖에 쉬지 못했는데, 많진 않아도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이틀에 한 번씩 경기하는 그랜드슬램의 장점을 살려 2회전에서 사용할 체력을 비축할 것"이라고 2회전 진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주머는 투어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명으로, 오늘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특히 2세트 중반까지 승부의 갈피를 종잡을 수 없었다"며 상대를 치켜세우는 여유도 보였다.
조코비치의 다음 상대는 2018년 호주오픈 4강까지 올랐던 애드먼드다. 조코비치와 에드먼드의 상대 전적은 5승 1패로 조코비치가 우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