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다' 동조한 홍남기에 이재명 "철 들도록 노력하겠다"

입력
2020.09.01 07:23
"국정동반자에 '책임없는 발언' 비난…당황스러워"
"한 번 추가지급 여력 강조한 것…발언 왜곡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본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에 대한 언론 인터뷰 내용을 두고 '철 없는 얘기'라고 비판한 미래통합당 의원과 이에 동조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철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뼈 있는 말로 응수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사건건 정부정책 발목잡고 문재인정부 실패만 바라며 침소봉대 사실왜곡 일삼는 통합당이야 그렇다쳐도 정부책임자인 홍 부총리께서 국정동반자인 경기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확인도 안 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한 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설마 사실을 알면서도 왜곡과 비난에 동조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국민 4분의 1이 넘는 1,370만 경기도민의 위임을 받은 도정책임자로서 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에 의견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존경하는 홍 부총리께서 '철 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들이 거론한 언론 인터뷰 발언과 관련해 "재정건전성 때문에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 못 하는 것은 아니고 지급 여력이 충분함을 강조한 것인데, 이 발언을 비틀어 내가 '재난지원금을 100번 지급하자'거나 '100번 지급해도 재정건전성이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왜곡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100번을 지급해도 서구선진국 국채비율 110%에 도달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재정건전성이 좋으니 한 번 추가 지급할 재정여력은 충분함을 강조한 발언임을 정말로 이해 못 한 걸까"라며 "서구선진국도 코로나19 위기 타개를 위해 10~30% 국가부채비율을 늘리며 과감한 확장재정정책을 펴고 있는데 불과 40%대인 우리나라가, 그것도 전국민 30만원씩 지급해도 겨우 0.8% 늘어나는게 무서워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 못 한다는 주장이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부채 증가를 감수하며 국민 1인당 100만원 이상을 지급한 여러 외국과 달리 국민 1인당 겨우 20여만원을 지급한 우리나라는 2차 재난지원금은 물론 3차, 4차 지급도 피할 수 없다"며 "경제생태계 기초단위인 초원이 가뭄을 넘어 불길로 뿌리까지 타서 사막화되면 그 몇배의 비용을 치뤄도 복구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심폐소생술 아끼다 죽은 다음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재정건전성 걱정에 시간만 허비하다 '경제회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일본은 1인당 재난지원금을 10만엔(약 110만원)씩 지급했다. 미국도 1,200불(약 142만원)씩 지급했다"며 "우리도 한 100만원 정도를 지급해야 하고 이걸 한꺼번에 주는 것보다는 30만원씩 3~4회 정도 나눠서 지급하는 게 경제학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단언하는데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50번, 100번 지급해도 서구 선진국의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 심사에서 임이자 통합당 의원은 "최근 이 지사가 30만원씩 50번, 100번을 (전국민에게) 줘도 재정건전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며 홍 부총리에게 "아주 철 없는 이야기죠"라고 물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 답했다. 아울러 2차 재난지원금 지급시 선별적 방식이 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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