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1일 예정됐던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결국 일주일 연기했다. 앞서 연기는 없다고 국시 강행 의사를 밝혔던 정부지만, 의대생 10명 중 9명이 거부하는 데다, 의대교수들도 국시 채점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면서 결국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대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일 시행 예정이었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1주일 연기하고 9월 8일(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31일 공고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의과대학의 여러 학장, 교수 등 범의료계 원로들께서 9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의사국가실기시험의 연기를 요청한 바 있으며, 의대·의전원협회는 오늘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시험 일정의 연기를 요청해 시험일을 일주일씩 순연하기로 했다"며 "기존 1~7일 사이에 시험 응시를 신청했던 의대생들께는 진심 어린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앞서 오전 브리핑에선 국시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시험을 치겠다는 의사를 명료하게 밝힌 학생들이 있어 그 학생들을 분명히 고려해줘야 한다"며 "예정대로 (국시를) 치르는 분위기 속에 많은 학생들이 응시해 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시 출제 기관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개별 학생들에게 연락해 원서 취소 신청서를 자의로 제출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밟았다. 일부 의대 교수들이 국시 채점을 거부하는 움직임에 국방부 산하 국군의무사령부에 채점위원 선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이날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대학을 졸업하는 의대생들이 치르는 국시 실기시험 응시자 3,172명 중 2,839명(89.5%ㆍ8월28일 기준)이 원서 접수 취소를 신청하고, 시험 하루를 앞두고 자의 제출 여부 확인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연기를 결정했다. 시험 대상자 10명 중 1명만 치르는 국시를 강행할 경우 내년 3,000여명에 달하는 신규 의사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정부에겐 부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 무기한 파업은 현재 당명한 가장 큰 문제지만, 국시 거부는 6개월 뒤 국민들이 겪게 될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에 공중보건의가 없어지고 대형병원 인턴도 20% 정도 감소하게 돼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연기 결정에 따라 9월 1일~18일 응시 예정자의 시험 일자는 9월 8~25일로 조정된다. 추석 연휴 기간과 시험 시스템 점검 기간으로 인해 9월 21일 이후 응시 예정자의 시험 일자는 10월 12일로 미뤄지고, 마지막 시험은 11월 10일에 실시된다.
다만 국시를 거부했던 대다수 의대생들이 일주일 이상 연기된 국시에 응시할지는 미지수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4대 의료정책(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한방 첩약 급여화, 원격 의료) 철회를 요구하며 국시를 거부해왔다. 정책의 전면 철회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인 정부와 점접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부터 국시에 응시하겠다고 밝힌 의대생들도 고려할 대상이다. 김 차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른 여러 국가시험들은 예정대로 진행된 바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기) 결정은 매우 예외적"이라며 "현재로서는 추가 (연기) 대책이나 방안을 고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