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코로나 문제로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 논의 더 못했다"

입력
2020.08.31 15:23
7종 회수 결정 성급한 것 아니었냐는 물음에
"문제제기 학부모 확진으로 논의 못해" 발언
여가부 폐지 여론에 "국민 수용성 부족한 듯"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31일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발로 회수가 결정된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에 대해 "정부예산 사업이 아닌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었고,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단체 대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논의가 더이상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정부서울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여가부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를 받고 이 같이 답했다.

'나다움 어린이책'은 성평등 관점에서 전문가들이 추천한 어린이책을 초등학교에 배포하는 사업으로, 보수 기독교계, 학부모 단체들이 일부 책에 대해 '동성애를 미화하고 선정적이다'라며 문제제기했고, 지난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를 문제삼자 여가부가 하루만에 문제제기된 7종의 회수 결정을 내렸다.

'설명자료 한번 내지 않은 책 회수 결정은 성급한 것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이 사업은 기업의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여가부는 전문성 있는 심사위원을 추천한 것"이라며 "문화적 수용성 문제로 논란이 예상되면서 사회적 갈등 요인이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논의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 단체 대표가 신종 코로나 확진이 되면서 사회적 동의를 구성하는 것이 어렵게 됐고, 결국 회수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가부의 회수 결정이 성평등 주무부처가 가져야할 가치를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추가 질의에는 "사업 파트너(롯데)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최근 국내 외교관의 뉴질랜드 공관 직원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질의에서는 "인권과 주권이 상호 교차하거나 갈등을 빚는 상황에 조금 더 인권지향적인 입장을 취한다"면서도 "그러나 외교부에 견해를 표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장관은 "정부 부처는 자율성의 벽이 있고, 벽을 넘기 위해서는 다른 메커니즘(체계)이 필요하다"며 "여가부 입장을 이렇게 밝히는 것 자체가 간접적인 의견 표시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국회 국민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데 대해 이 장관은 "우리가 하는 사업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이나 이해가 부족한 게 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성폭력, 미투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고, 피해에 대한 대응력은 한계가 있는 점이 여가부에 대한 실망으로 표출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더 진솔하게 소통하고 우리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답이 없지 않나"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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