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원점 재논의도 거부한 의사들, 어쩌자는 건가

입력
2020.08.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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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부터 집단 휴진에 들어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30일 투표를 통해 휴진을 계속하기로 했다.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여러 병원 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료정책을 정부와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합의문까지 만들고 휴진 찬반 여부를 대의원 투표에 붙였는데 여전히 강행 의견(72%)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도 9월 7일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여서 코로나19 확산에다 의료 공백까지 겹친 초유의 보건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 인턴ㆍ레지던트로 구성된 전공의들의 휴진은 거듭 말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은 부족한 의사를 확충하고 의료의 공적인 역할을 넓힌다는 점에서 이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의료계 전체에 비상이 걸린 위기 상황이다. 오죽하면 동료 의료진인 간호사 단체가 "의사들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은 의료인으로서 기본 덕목인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겠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는 많은 것을 양보한 상태다.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복지부는 의사협회와 협의 과정에서 새 의료정책 추진을 코로나 안정 때까지 중단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공의협의회 비대위가 여러 단체와 만든 합의문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세균 총리는 30일 휴진 강행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국회도 보건복지위원장이 나서 새 의료정책 관련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서 여야와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한다.

국내 전문직업인 중 가장 신뢰받는 직업은 의사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병원이 정상 가동하지 않아 목숨을 잃는 응급 환자까지 나온 상황이다. 여러 대화 제안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휴진을 이어간다면 믿었던 의사마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인식만 커질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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