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 최고 수위 코로나 방역조치는 어땠나

입력
2020.08.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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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환자가 400명대로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최고 수위인 3단계로 격상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3단계가 되면 공공부문 시설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등 사실상 사회적 기능 마비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주요국들은 이미 이동제한 등 훨씬 강도 높은 통제 조치를 길게는 수개월씩 경험했다. ‘강제 봉쇄가 일시적인 감염병 확산 억제에는 효과가 있다’는 게 결론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 27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환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선 최대 발병국 미국은 지난 3월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슷한 시기 캘리포니아ㆍ뉴욕ㆍ일리노이주(州)가 사실상 강제 봉쇄에 준하는 ‘자택대피 명령’을 내렸고, 이후 전역으로 확대돼 4월에는 전체 미국인의 약 96%가 봉쇄령 영향권 아래 놓였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주정부뿐 아니라 시나 카운티 등 그보다 작은 단위의 지방정부도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자택대피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식료품 구입 등 필수 활동을 빼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고강도 조치다. 모든 모임이 금지되고, 비필수 사업장은 문을 닫거나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외출 범위는 산책이나 간단한 운동까지만 허용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자택대피령을 발령하면서 “주 전역이 정지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반 시 처벌기준은 주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최대 1년의 징역형과 5,000달러 이하 벌금형을 경고한 지역도 있었다. 실제 대규모 예배를 강행한 목사, 결혼식을 연 혼주 등이 경찰 단속에 적발돼 기소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유럽에서는 1차 대유행 당시 대규모 인명피해를 본 이탈리아가 가장 빠르고, 또 강경한 봉쇄책을 내놨다. 3월 8일 북부 롬바르디아주 전역이 주민 이동을 전면 통제하는 ‘레드존’으로 지정됐고, 이튿날 곧장 전국에 이동제한령이 내려졌다. 그 결과, 5월 중순 봉쇄가 해제될 때까지 6,000만 이탈리아 국민이 건강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거주지에 발이 묶였다. 기차역과 도로, 공항 등에서 경찰 검문이 강화됐고, 통과하기 위해선 이동 사유서를 제시토록 했다.

이탈리아식 봉쇄가 효과를 내자 다른 유럽 국가들도 속속 동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월 17일 “우리는 전쟁 중”이라면서 전국민 이동금지령을 발동했다. 이후 8주간 프랑스 국민들 역시 필수 활동 외에 자택에만 머물러야 했다. 프랑스 당국은 경찰 10만명을 투입해 물 샐 틈 없는 단속을 폈고, 위반 사례에 최대 135유로(약 1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같은 달 23일 3주간 전국민 이동과 여행을 제한하고 생필품 판매처를 제외한 모든 공공시설과 상점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정책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첫 발병한 이래 중국은 몇 달간 확진ㆍ사망자 수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산국가 특유의 강력한 통제정책을 일사불란하게 시행하면서 비교적 빨리 감염병 사태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원지인 우한이 1월 23일 모든 교통편 운행을 중단하며 봉쇄에 돌입한 이후 대다수 성(省)이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우한이 76일만인 4월 8일 도시 봉쇄에서 벗어나자 중국은 5월 말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1차 유행 때 각국이 택한 고강도 대규모 봉쇄정책은 일정 기간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경제적 충격이 대표적이다. 2월(3.5%)까지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을 자랑하던 미국의 실업률은 자택대피령 여파로 4월부터 넉달 연속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ㆍ생산ㆍ투자 모두 주춤하며 미국의 2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은 1분기보다 무려 9.5%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셧다운 조치를 했던 프랑스(-13.8%), 독일(-10.1%) 역시 두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했다. 봉쇄 시행 직후부터 이들 국가에서 경제활동 재개 요구와 함께 ‘보건 대 경제’ 논쟁이 불 붙은 이유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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