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이지만... 지하차도 침수 예방 자동차단시스템 구축 본격화

입력
2020.08.27 15:45
부산시, 각 구ㆍ군에 수요조사 공문
행안부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0억
부산, 전수조사 결과 21곳 설치 필요
경남 20곳, 울산 5곳… 전국 140여곳

지난달 3명이 숨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지하차도 자동차단시스템 구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사업비를 확보했고, 지역별 수요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27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는 지하차도 침수에 따른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IT 기술을 도입하는 등의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집중호우로 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고 원격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자동차단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부산시는 최근 지역 각 구ㆍ군에 자동차단시설이 필요한 지하차도의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각 구ㆍ군에는 수요 조사를 위한 공문이 전달된 상태다. 시는 회신을 받는 대로 수요 사항을 행안부로 보낸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앞서 초량 지하차도 사고 이후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구 초량 1ㆍ2와 부산진시장 지하차도를 비롯해 부산진구 개금ㆍ당감ㆍ범천, 동래구 내성ㆍ안락ㆍ우장춘, 해운대구 중동ㆍ센텀ㆍ수영강변, 금정구 구서, 남구 문현ㆍ대남, 강서구 대상ㆍ명지ㆍ봉림ㆍ금호ㆍ명지동진, 기장군 무곡 등 시내 21곳에 차량 차단시스템의 설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부산에선 지난달 23일 집중호우 당시 30여 곳의 지하차도 중 제때 통제가 된 곳은 한 곳도 없었고, 3명이 사망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2014년에는 우장춘로가 폭우에 침수되면서 2명이 숨지기도 해 그간 관련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행안부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0억원 가량을 사업비로 책정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시설 설치가 필요한 곳의 요청이 있으면 사업비를 지원하고 사업비 일부는 해당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행안부 측은 “이미 지난해 경남 창원시 팔용 제1지하차도와 명곡 지하차도 등지에 대한 시범사업을 통해 그 실효성을 검증한 바 있다”면서 “현행 위험도 등급 등을 고려해 조속하게 사업을 확대,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에 대한 행안부 현황 파악에 따르면 부산에는 30여 곳이 있고, 경남에 20곳, 울산에 5곳 등 전국에 140여 곳이 있다.

행안부는 향후 새로 설치되는 지하차도에 대해서는 이런 안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관련 법규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또 차량 내비게이션 업체와 지하차도 통제상황을 공유해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지하차도 통제상황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울산시도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사고 예방 대처로 분주하다. 지난달 말 침수 우려 취약 지하차도의 관리 실태를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대책 회의 등을 진행했다. 울산시는 대책회의를 통해 침수가 우려되는 북구 상방 지하차도와 남구 삼호 지하차도, 남구 삼산 지하차도 등 3곳에 대해 통행제한 차단시설을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로 침수가 우려될 경우 원격으로 실시간 차량진입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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